“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영화관”… 프리미엄 상영관, 팬데믹-OTT 공격에도 선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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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독립부스에 거실-서재 콘셉트… 안마의자에 간식 서비스까지 제공
롯데시네마 ‘시네패밀리’도 인기… ‘특별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 열어
영화관들 프리미엄 확대 등 시급

CGV의 프리미엄 상영관 중 하나인 ‘템퍼시네마’의 내부(윗쪽 사진). 아랫쪽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 ‘시네패밀리’의 외관. 독립된 부스에 관람석이 있어 지인끼리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CGV·롯데시네마 제공
CGV의 프리미엄 상영관 중 하나인 ‘템퍼시네마’의 내부(윗쪽 사진). 아랫쪽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 ‘시네패밀리’의 외관. 독립된 부스에 관람석이 있어 지인끼리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CGV·롯데시네마 제공
박상준 씨(41)는 1일 영화 ‘더 배트맨’을 보려고 아내와 함께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았다. 그가 선택한 상영관은 ‘스카이박스’. 일반 상영관과 스크린은 공유하지만 관람석은 상영관 최고층의 독립된 부스 안에 있는 형태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거실 또는 서재 콘셉트로 꾸민 부스 내엔 리클라이닝 소파와 스타일러 신발살균기 냉장고 안마의자 등이 설치돼 있다. 병음료와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마카롱, 팝콘 같은 간식을 주는 등 각종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대 4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이 상영관의 예매 비용은 20만원. 혼자 이용해도 20만 원을 내야 한다. 박 씨는 “팬데믹 이후부터는 스카이박스만 이용하고 있다”며 “7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만큼 안전이 중요해 독립된 관람석을 찾게 된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으로 영화관에 오는 횟수가 크게 줄어 한 번씩 스카이박스를 이용하더라도 연간 영화 관람비는 팬데믹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 팬데믹에도 프리미엄 관람은 선방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에 영화관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지난해 기준 1.17회로 2019년 4.37회에 비해 크게 줄었다. 관객 발길이 끊긴 전례 없는 위기에도 ‘스카이박스’ 같은 프리미엄 상영관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의 좌석 판매율은 8.5%.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1.2%였던 것에 비하면 60%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스카이박스 좌석판매율은 같은 기간 39.9%에서 38.5%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기존 매출을 거의 유지한 것이다.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볼 수 있는 ‘템퍼시네마’(1인 4만5000원)를 비롯해 골드클래스(1인 3만5000원) 등 CGV 내 전체 프리미엄 상영관 좌석판매율 감소 폭 역시 같은 기간 36%로 전체 좌석판매율 감소 폭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일반관 좌석에 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감염 우려가 덜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2년 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장우진 씨(38) 부부가 택한 상영관 역시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내에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 ‘시네패밀리’였다. CGV의 스카이박스처럼 독립부스 형태인 이곳의 이용 비용은 4인 부스 기준 1∼4인 15만 원이다. 장 씨는 “팬데믹 이후 처음 영화관에 온 만큼 감염 우려가 덜한 안전한 환경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 프리미엄 상영관을 택했다”고 말했다.
○ 보다 안전하게 보다 특별하게
‘더 배트맨’의 개봉으로 모처럼 영화관에 활기가 넘쳤던 1일 하루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전체 좌석판매율은 35.5%였지만 스카이박스는 90%, 템퍼시네마는 83%에 달했다. 이날 스카이박스와 템퍼시네마에서 상영된 영화가 ‘더 배트맨’이어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것도 있지만 입장권이 고액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역시 이날 전체 좌석판매율은 36%였지만 샤롯데는 70%, 샤롯데 프라이빗은 85%에 달해 프리미엄 관람석 판매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이날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템퍼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은 일반관에서 ‘더 배트맨’을 볼 수 있음에도 고액을 내고 해당 상영관을 찾은 이유로 ‘편안함’에 더해 ‘안전함’을 꼽았다.

프리미엄 관람석 선호 현상은 팬데믹의 영향은 물론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 가정용 TV의 대형화로 영화관 방문이 과거 일상적인 일에서 연례행사처럼 바뀐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큰 스크린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 한해 영화관을 찾는 방식으로 방문 횟수를 줄이는 대신에 안전한 환경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고액 지불도 주저하지 않는 ‘선택과 집중’ 관람으로 소비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팬데믹과 OTT의 전방위 공격에 노출된 영화관이 살아남으려면 프리미엄 전략을 확대해 영화관을 관객에게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관객들은 영화관을 OTT에 없는 서비스를 누리고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영화관은 참신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영관을 늘리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생존 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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