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대비 조총 배우자?… ‘화력조선’ 엉뚱제목에 21만 낚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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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진주박물관 유튜브 영상콘텐츠 ‘화력조선’ 시즌2도 화제
콘텐츠 기획 김명훈 학예연구사 “총통-조총 등 화약무기-전투 소재
영상콘텐츠로 젊은층에 ‘역사’ 알려 ‘찾아가고 싶은 박물관’ 되길 기대”
공동제작 우라웍스의 정경찬 작가 “찰갑등 당시 갑옷-무기 똑같이 구현
함경도 ‘만령전투’ 조회수 56만 넘어…덜 알려진 역사 시각화해 전달할 것”

국립진주박물관이 소유한 오연자포를 설명하는 ‘화력조선’ 영상. 오연자포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에 등장한다. 김명훈 학예사는 오연자포가 드라마처럼 연발 발사는 어려웠을 것이며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돼 16, 17세기가 배경인 킹덤과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국립진주박물관 유튜브 캡처
국립진주박물관이 소유한 오연자포를 설명하는 ‘화력조선’ 영상. 오연자포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에 등장한다. 김명훈 학예사는 오연자포가 드라마처럼 연발 발사는 어려웠을 것이며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돼 16, 17세기가 배경인 킹덤과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국립진주박물관 유튜브 캡처
1467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함경도 유력가의 무신 이시애(?∼1467)는 세조의 중앙집권체제 강화 정책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켰다. 여진족을 상대하기 위해 화력무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이시애의 군대를 제압하고자 조정에서는 총통과 화차 등을 투입했다. 화력무기에 익숙한 반란군은 방패를 세 겹으로 둘러 화포 공격에 대비하면서 총통으로 관군을 공격했다. 치열한 전투는 관군이 화차로 이시애 군을 제압하며 마무리됐다. 기록으로 남은 조선 역사상 최초의 화력무기 전투 ‘만령전투’다.

김명훈 학예연구사
김명훈 학예연구사
지난해 11월부터 국립진주박물관은 한국 역사 속 화력무기와 이들이 사용된 전투를 소재로 한 시즌제 영상 콘텐츠 ‘화력조선’을 선보이고 있다. 밀리터리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함께 제작한 이 콘텐츠는 인기가 많아 지금까지 두 시즌을 진행했다. 만령전투 영상은 56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올렸다. 콘텐츠를 기획한 김명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31)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미술관에서 데이트하는 경우는 많은데 박물관 데이트는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온라인 전시 콘텐츠를 만들 기회가 생겨서 박물관에 거리감을 느끼는 젊은층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시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격전지인 진주성 내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조선시대에 사용된 총통과 화포 등 유물을 보유한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이다. 2019년에는 조선시대의 소형화약무기 연구보고서도 발간했다. 박물관의 정체성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의 주제는 총통, 조총과 같은 조선의 소형화약무기로 정해졌다. 문제는 전달 방식이었다. 그는 “‘킹덤’, ‘명량’ 등 역사를 활용한 콘텐츠가 반응이 좋아서 이를 이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에서 좀비 떼를 막고자 사용한 오연자포를 박물관이 소유한 실제 유물로 설명하는 영상은 조회 수가 30만 회가 넘었다. 영상에서는 드라마처럼 5연발 발사는 어려웠을 것이며, 조선 후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연자포는 16, 17세기가 배경인 킹덤과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경찬 작가
정경찬 작가
화력조선의 성공에는 건들건들의 역할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올린 영상의 제목은 ‘타임슬립 대비, 조총을 배우자’. 박물관의 진중한 느낌과 달리 엉뚱한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아낸 이 영상은 조회 수가 21만 회가 넘는다. 건들건들 채널을 제작한 우라웍스의 정경찬 작가(36)는 “박물관 사업에 이런 제목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밌는 제목으로 많은 분들이 영상을 찾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이들은 당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갑옷과 무기를 최대한 똑같이 구현했다. 정 작가는 “제대로 된 조선시대 찰갑(札甲·가죽 조각을 끈으로 엮어 만든 갑옷)이 없어 제가 꼬박 열흘 동안 직접 만들다 손가락 인대를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화력조선은 이달로 시즌2를 마무리한다. 시즌3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여행하다 우연히 박물관이 있어서 방문하는 게 아니라 찾아가고 싶은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화력조선이 그런 역할을 해줄 거라고 믿어요. 시즌3를 기대해주세요.”(김 학예사)

“영상 재생 시간이 한정돼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을 시각화해서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게요.”(정 작가)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국립진주박물관#화력조선#엉뚱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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