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내려온다’ 비둘기낭…소원 들어주는 부부송…武의 기운 품은 포천[안영배의 도시와 풍수]

안영배 기자 입력 2021-08-27 13:36수정 2021-08-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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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거기에 아름다운 경관, 뛰어난 건축, 역사적 인물들의 향기까지 덧붙여지면 흡인력이 더욱 강해진다. 경기도 포천시엔 그런 ‘명소 명당’이 적잖다. 주상절리와 협곡 등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현무암 지질대, 빼어난 화강암 등으로 유명한 포천은 특히 무(武)의 기상이 출중한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일상에 지친 삶에서 힘이 빠짐을 느낀다면 포천을 찾아볼 일이다.

복주머니 명소, 한탄강변의 비둘기낭 폭포


포천에는 서로 경쟁을 하듯 대비되는 두 곳의 명소가 있다.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과 폐채석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포천아트밸리’가 바로 그곳이다. 하나는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명소이고, 다른 하나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명소다.

먼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불과 물이 빚어낸 자연의 조각품이다. 북한 강원도 쪽에서 폭발한 화산 용암이 서해안쪽 임진강까지 흘러가면서 곳곳에 거대하고도 평평한 현무암질 용암대지를 만들었는데, 그 위로 오랜 세월 강물이 흐르면서 20~40m의 깊은 협곡을 만들어놓은 지형이다. 지상에서 푹 꺼진 현무암 협곡과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 등 지질학적 특성과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세계로부터도 칭찬받는 문화유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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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내 비둘기낭 폭포는 천혜의 풍경과 함께 지기(地氣)가 서려 있는 명소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비둘기낭 폭포’다. 협곡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옥색 물 빛깔이 인상적인 곳이다. ‘비둘기낭’은 산비둘기들이 이곳에 형성된 하식동굴 및 수직 절벽에 크고 작은 둥지를 틀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또는 동굴이 비둘기 둥지 같은 모양이어서 그렇게 불린다는 얘기도 있다.

비둘기들만 이곳을 애용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 6·25전쟁 당시에는 사람들의 은밀한 피난처로 사용됐고, 1970년대에는 5군단 휴양지로 장군들의 비밀스런 피서지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TV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비둘기낭 폭포는 건기에는 마른 폭포이기 쉽다. 마침 가을 장마가 한바탕 스친 후 찾았을 때는 콸콸 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하고도 장쾌했다. 거기다 웅덩이처럼 움푹 패인 협곡 일대로 햇빛이 비추이는 모습은 마치 빛 기둥을 탄 선녀가 호수에 하강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협곡 아래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끼는 체험을 하곤 한다. 바로 이곳이 지기(地氣), 즉 천연의 터 기운이 부드럽고도 강하게 서린 곳이기 때문이다. 비둘기낭 폭포는 풍수적으로도 복조리형 혹은 둥지형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복을 듬뿍 받아간다는 마음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비둘기낭 폭포 인근에는 한탄강의 뛰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몇몇 포인트들이 있다. 먼저 비둘기낭 폭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한탄강 하늘다리’는 한탄강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명소다. 주상절리를 이룬 한탄강 양쪽 수직 절벽 사이에 높이 50m, 길이 200m로 설치한 출렁다리다. 다리 바닥 일부에는 투명유리가 설치돼 있는데, 출렁거리는 다리 위에서 유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강물은 아찔함을 선사한다.

하늘다리에서는 저 멀리로 ‘포천 밀리터리 서바이벌 게임장’이 보인다. 시가지를 연상시키는 모형물에서 벌이는 전투 게임장으로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무의 성격이 강한 포천 땅과 어울리는 문화 체험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다.

한탄강 협곡과 주상절리를 조망할 수 있는 하늘다리. 출렁다리인 데다 강이 내려다보이도록 설치된 투명유리 다리 바닥에서는 강아지들도 지나가기를 무서워할 정도다.




이어 하늘다리 건너 산등성이를 따라 10분 남짓 계단을 타고 걷다 보면 또다른 매력을 가진 ‘마당교’를 만나게 된다.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입구가 돋보이는 마당교는 하늘다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마당교를 지나 왼쪽으로 야자매트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또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메밀꽃이 군락을 이룬 들판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눈송이처럼 흰 메밀꽃이 활짝 만개한 모습은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탄강의 숨은 명소다. 이곳에서는 협곡에서 느낄 수 있는 장엄함과 신비함과는 달리 평화로움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근의 메밀꽃 군락지. 꽃 구경과 함께 한적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한탄강의 ‘숨은’ 명소다.


인공미의 절정, 포천아트밸리


사람의 손을 탄 인공적 자연미가 압권인 포천아트밸리는 하늘다리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30분(약 25km)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곳은 원래 화강암 채석장이었다. 1960년대부터 무려 30년간 이곳에서 채석된 화강암은 재질이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워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법원, 인천국제공항 등 국가 주요 기관 건축물 재료로 사용됐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양질의 화강암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폐채석장으로 방치된 후, 포천시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친환경 복합예술문화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화강암 폐채석장을 친환경 복합예술문화공간으로 바꾼 포천아트밸리 내 화강암 절벽과 호수(천주호)는 인공적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포천아트밸리 조각공원 내 조각품. ‘바람의 소리를 듣다’라는 이 작품은 바위와 사람이 하나된 형상이다.


천주산 정상 부근에서 병풍처럼 깎아지른 화강암 절벽, 그 아래 그림같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호수(천주호)는 언뜻 인작(人作)이 아닌 자연의 천작(天作)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곳에는 밤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과학관, 포천 화감암을 이용한 30여 점의 조각품을 전시한 조각공원, 45m 화강암 직벽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호수공연장(미디어 파사드) 등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연인원 40만 명이 찾아든 포천의 대표적 명소였다.

포천아트밸리로 오르는 길은 너무 경사져서 대부분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정상엔 화강암 직벽을 조망할 수 전망카페가 있는데 놀랍게도 이곳이 명당 터다. 30여 년 간 폭약과 망치로 훼손된 채석장 한 모퉁이에서 지기(地氣)도 사라질 법도 한데, 지금까지 좋은 땅 기운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은 정도다. 정상에 오르느라 흘린 땀을 카페에서 판매하는 팥빙수로 식히면서 명당 기운을 쐬고 나니 한결 기운이 살아나는 듯했다.



부부 화합 다지는 직두리 부부송


가족여행으로 포천을 찾는다면 직두리 부부송(군내면 직두리 191)과 포천향교(군내면 구읍리)도 둘러보길 권한다.

먼저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0호로 지정된 직두리 부부송. 얼핏 보면 한 그루 우거진 소나무처럼 보이지만, 두 그루의 소나무 가지가 서로 얽혀 마치 하나처럼 이어진 모습이다. 이 부부송은 가지의 끝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특징을 가진 품종으로서 수령은 약 300년, 높이는 약 7m에 달한다.

부부송 앞에서 부부가 소원을 함께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일제강점기에 범상치 않은 이 소나무를 보고 일본인들이 나뭇가지 열 개를 잘라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부부송을 보며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데크까지 설치해 놓았다. 현재도 부부송의 전설을 좇아 매년 적잖은 부부 혹은 연인들이 찾아온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말이다.

포천의 명물인 직두리 부부송(천연기념물 제460호). 부부 혹은 연인이 함께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을 가진 이곳에서는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부부송 앞에서 무작정 빈다고 해서 소원이 이뤄질까 싶지만, 이곳이 기운이 응축된 명당 이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흔히 소원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소문난 기도처는 땅 기운이 충만한 곳이 많다. 기(氣) 에너지가 넘치는 곳에서의 간절한 기도는 당사자의 마음과 육체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결국 기도에 부응하는 행동으로 이어져 좋은 결실을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부부송 앞에서 부부가 한마음으로 소원을 비는 것만으로도 부부의 사랑과 가정의 화목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부송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수원산 정상에는 부부송을 형상화한 전망대도 있다. 이곳에서는 포천의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부부송이 부부 혹은 연인을 위한 자연 경관이라면 포천향교는 자녀들을 위한 명소다. 고려 명종3년(1173)에 처음 지어진 포천향교는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현재의 모습은 6·25전쟁 때 파괴된 것을 1962년에 고쳐 세운 것이다.

포천향교 내 대성전. 한국의 걸출한 대학자들과 중국 유학자들을 모신 이곳은 문(文)의 향기가 뛰어나고, 향교 뒤편 무(武)의 기상이 출중한 청성산 기운까지 받고 있다.

포천향교 뒤편의 구읍리 석불입상. 현지인들이 미륵불로 받드는 이 석상 앞에는 후세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이 있는데, 이곳이 명당 혈(穴)을 이루고 있다.


포천향교 내 가장 눈여겨볼 곳은 대성전이다. 대성전은 공자를 비롯한 중국 유학자들과 설총, 최치원, 안향, 정몽주 등 한국의 위대한 학자 18현(賢)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터 자체도 학문 기운이 출중한 곳이다.

이 기운은 향교 뒤편의 산줄기인 구읍리 석불입상으로도 이어진다.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불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미륵불로 불린다. 그 앞에는 이곳에 찾아온 이들이 쌓아놓은 돌탑도 보인다. 바로 이곳이 명당의 혈을 이루고 있으며, 향교의 대성전 터와도 연결된 것이다.

한편 향교의 뒷산 즉 주산(主山)인 청성산(283m) 정상에는 반월성이 있다. 삼국시대에 축성된 반월성은 둘레가 1080m인 성곽인데, 포천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곳은 후고구려를 세우고 스스로 미륵을 자처한 궁예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궁예는 반월성을 남진을 위한 주요 군사 거점으로 삼아 병사들을 지휘했다. 이 때문인지 구읍리 석불입상을 흔히 ‘궁예미륵’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이처럼 반월성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청성산은 산 자체가 무(武)의 기상이 강한 곳이다. 그러니 청성산 자락의 포천향교는 문(文)의 기운과 무의 기상이 함께 녹아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위대한 학자들과 용맹한 장군들의 행적을 자녀에게 알려주는 것으로도 알찬 명소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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