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요소 담은 언론법 통과땐 ‘언론 탄압국’ 낙인찍힐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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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언론중재법 폭주]초대 헌재연구원장 지낸 허영 교수

“여당이 이번 개정안을 끝까지 밀어붙여 통과시키면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언론 탄압국으로 낙인찍혀 국격이 매우 손상되는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85·사진)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을 반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개정안 조항 다수가 헌법에 위배되는 요소들을 담고 있으며, 개정 과정 또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해 “입법 독재”에 해당한다며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개정안이 규제하려는 대상부터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안의 ‘허위·조작 보도’에서 허위와 조작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입법의 기본 원칙인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법을 언론계가 따를 수 없으며, 애매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면 권력에 의해 법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허 교수는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추정하고 입증 책임을 지운 것을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사법이나 형사법의 기본 원칙인 증거법에서 증거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허위·조작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것을 전가시켜서 허위·조작이라고 추정을 해놓고, 그 추정을 부인하려면 언론사 또는 언론인이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증거법과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민주당이 법안 수정 과정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주체를 법원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했다. 그는 “헌법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한 취지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동향을 보면서 판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법원에서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한 것은 사법의 정치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헌법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에 대해 허 교수는 “언론의 자유에는 국민의 언론 매체 접근권도 포함돼 있다. 기사 열람을 차단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적 인물 이론에 따라 공인은 일반인보다 비판을 더 많이 수용할 의무가 있고, 선진국에서는 공인 비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언론을 대하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위헌 요소#언론법 통과#언론 탄압국#허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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