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관인 저자는 이 책에서 파리지엔은 일종의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파리지엔은 전설의 동물이다. 유니콘처럼 누구도 본 적이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는 프랑스 작가 장 루이 보리의 말을 인용한다. 그에 따르면 여성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킨 코코 샤넬의 의복혁명이 마리 앙투아네트로 상징되는 18세기 프랑스 왕실의 사치와 결합돼 옷 잘 입는 파리지엔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여기에 브리지트 바르도와 잔 모로 등 프랑스 여배우들의 매혹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다. 급기야 영국의 아장 프로보카퇴르나 일본의 콤 데 가르송처럼 브랜드 이름에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근대 이후 세상을 평정한 서구 문명권도 속살을 들여다보면 여타 문명과 다를 게 없고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유럽의 이면을 보고 싶은 독자라면 한번쯤 볼 만한 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