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수위 장면, 메시지 전달에 꼭 필요한 것만 넣었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7-09 03:00수정 2021-07-0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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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랑종’ 만든 泰 삐산타나꾼 감독
“우상인 나홍진감독과 협업, 압박감
차별화된 공포物 만들 기회줘 감사”
14일 개봉하는 ‘랑종’을 연출한 태국 반쫑 삐산타나꾼 감독. 쇼박스 제공
‘곡성’의 무당 일광(황정민)의 전사(前史)를 만들고 싶다던 나홍진 감독(47)의 꿈이 현실이 됐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랑종’에서다. 나 감독은 일광의 과거를 “다른 장소에서, 다른 캐릭터로 완전히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방법을 고민하던 중 2015년 태국 방콕 예술제에서 인연을 맺은 반쫑 삐산타나꾼 감독(42)이 떠올랐다. 그는 공포영화 ‘셔터’ ‘샴’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태국의 거장. 나 감독은 자신이 각본을 쓴 랑종의 연출을 삐산타나꾼 감독에게 부탁했고, 나 감독의 광팬인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8일 화상으로 만난 삐산타나꾼 감독은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방콕 예술제에 내가 나 감독의 ‘추격자’를 선정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나 감독에게 내가 연출한 영화를 담은 DVD를 선물로 드렸는데, 그로부터 4년 뒤 연락이 와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랑종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태국 동북부 이산지방의 한 가족의 이야기다. 랑종은 무당을 뜻하는 태국어. 님(사와니 우툼마)은 신내림을 거부한 친언니 노이(시라니 얀끼띠깐) 대신 조상신 ‘바얀신’을 모시는 랑종이 된다. 이후 노이의 딸 밍(나릴야 꾼몽콘펫)에게도 신병이 찾아오고, 밍이 랑종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벌인 굿들로 인해 밍이 정체불명의 악귀들에 빙의되면서 온 가족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에서 신내림을 거부한 언니 대신 가문의 대를 이어 ‘바얀 신’을 섬기는 무당이 된 님 역할의 사와니 우툼마가 의식을 치르는 모습. 쇼박스 제공
영화에는 잔인하거나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은 거의 없다. 비가 내리고 습한 이산지방의 음울한 분위기, 밝았던 소녀가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빙의돼 악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는 듯한 연출, 동물학대 근친상간 자해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쏟아지면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삐산타나꾼 감독은 “자료 조사를 하면서 태국 랑종들에게 들은 이야기, 나 감독의 시나리오에 담긴 한국 무속신앙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장면들을 넣었다”며 “수위 조절과 관련해 나 감독과 굉장히 많이 논의했다. 너무 선정적이거나 위험한 장면은 집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으로 보여주거나, 어둡고 흐리게 처리했다. 해당 장면들이 이야기 전개와 메시지 전달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 둘 다 동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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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PD들이 님과 밍의 이야기를 촬영하는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한다. PD가 님과 밍을 인터뷰하는 장면이나, 빙의된 밍의 이상 행동과 퇴마 과정을 촬영하던 중 놀란 PD가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관객에게 실제 같은 느낌을 준다. 삐산타나꾼 감독은 “원작에서부터 나 감독이 페이크 다큐 형식을 넣었다. 이런 밀착 기록 방식이 관객에게 생생한 공포를 느끼게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나 감독을 수차례 ‘아이돌’이라고 표현한 삐산타나꾼 감독은 나 감독과의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 감독과의 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중압감’이다. 그가 만든 영화 세 편(추격자, 황해, 곡성) 모두 명작인 만큼 협업 자체가 압박이었다”며 “공포영화가 점점 비슷해져서 좋아하는 공포영화가 없어지는 수준이 된 나에게 새로운 도전, 여태 없던 차별화된 공포영화를 만들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랑종#삐산타나꾼 감독#차별화된 공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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