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시조시인인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80)은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930년대 중반 충남 아산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공로로 부친 이선준 씨(1911~1966)에게 작고 54년 만에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된 데 대해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감회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6일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자에 이 회장의 부친을 올렸다.
이번에 인정받은 이 회장 부친의 공로는 1933~1935년 현 아산시 신창면 일대에서 아산적색농민조합을 결성해 농민운동을 이끌고 민족주의를 고취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부친은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이 시절의 압박감, 모진 세월을 견딘 어머니를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은 ‘내가 문을 잠그는 버릇은/문을 잠그며/빗장이 헐겁다고 생각하는 버릇은/ … 낯선 사람들이 돌아간 뒤/겨울 문풍지처럼 떨며/새우잠을 자던 버릇은’(‘문’)이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꽃이 된 것아/너는 사상을 모른다’(‘냉이꽃’) 등 그의 시(詩)세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념 대립 속에 부친의 항일운동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였지만 이 회장은 올 초 문단 일각에서 ‘친일 시인’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가 2011년 경기 파주시 6·25전쟁참전기념비에 쓴 비문에 6·25전쟁 영웅 고 백선엽 장군을 언급했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그는 “우리 문학이 아직도 미당(서정주)의 제자라는 이유로 ‘친일파’ 낙인을 찍고, 항일운동 관련 시를 수백 편 써도 그런 한 구절 때문에 ‘친일 편 가르기’를 한다”며 “아직도 ‘너는 누구 편이냐’는 질문을 무자비하게 던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우리 역사의 아픔과 상처 속에서 생긴 글에 대한 조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좋은 시를 넘어서 한국적 역사와 생활을 반영한 글이어야 위대한 문학으로 세계의 주목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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