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반려견의 행동에 다 이유 있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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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냥 사진 찍는 거야, 세상아.”

카메라 앞에서 잔뜩 움츠린 강아지를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달콤한 목소리로 달랜다. 개 마음 읽어주는 의사로 알려진 설채현 원장(34)이다. 최근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동아일보사·1만5000원)를 펴낸 그를 4일 서울 중구 ‘그녀의 동물병원’에서 만났다. 반려동물은 여자친구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병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반려견 세상이와 원두, 반려묘 지코와 꾹꾹이가 병원 안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그에겐 모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다. 특히 불법 번식장에서 직접 데려온 세상이는 마음이 쓰인다. 어두컴컴하고 불결한 공간에서 오래 지낸 탓에 한동안 사람 가까이에 오지 못했다.

“반려동물을 키울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면 데려올 방법을 정해야 해요. 인내하면서 보듬을 자신이 없다면 유기견 보호소가 아닌 새로운 아이를 데려와야 합니다. 유기된 개들은 행동학적 문제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견주와의 궁합도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의 성향, 라이프스타일과 맞는지를 따져야 한다. 가장 후순위로 미뤄야 할 요소는 외모란다. 부대끼다보면 어떤 종이든 예뻐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견종, 자라온 환경, 타고난 기질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영유아를 둔 가정은 반려견을 쉽게 들이지 못한다. 털 빠짐과 안전사고가 걱정된다. 이에 설 원장은 “털 빠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다. 안전사고는 관리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질투를 하듯 반려견도 주인이 자신을 소홀히 대하면 상처를 받아요. 자녀를 돌볼 때 반려견도 한번 쳐다봐주는 식으로 관심을 줘야 합니다. 견종은 온순한 골든 리트리버, 비숑 프리제, 꼬꽁 드 툴레아, 시추 등이 좋을 것 같네요.”

끊이지 않는 개 물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견주의 관리 능력 △강아지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적 뒷받침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게 설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견주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독일은 강아지 매매가 불가능한 데다 교육을 받아야만 키울 수 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강아지 분양가가 10배 정도 비싸고요. 자격 요건 강화와 함께 반려 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행동 치료를 꾸준히 해도 차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계속 꼬리를 쫓아 돌거나, 피부병이 없는데도 종일 핥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설 원장은 이럴 경우 약물 치료 병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종일 집에 갇혀 있고 산책을 못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강아지들이 질환을 앓을 것”이라며 “보호자에 대한 공격성, 분리 불안, 강박 행동 같은 경우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요. 반려견의 행동 문제와 그로 인한 민원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견주가 적지 않아요. 개의 감정, 언어, 학습 방법을 ‘열공’해서 견주들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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