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월드 “공연은 늘 즉흥적… 관객과의 에너지 교환 즐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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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활동해온 英 그룹 ‘언더월드’ 8일 국내 최대 전자음악 축제서 공연

언더월드의 최근 공연 모습. 환각적인 조명, 영상, 음향 연출이 전매특허다. 울트라 코리아 제공
언더월드의 최근 공연 모습. 환각적인 조명, 영상, 음향 연출이 전매특허다. 울트라 코리아 제공
환희에 찬 건반 화성, 거대 로봇의 심장박동 같은 리듬….

1980년 결성한 영국의 전설적 그룹 ‘언더월드’의 ‘Born Slippy .NUXX’(1996년)는 X세대를 위한 ‘운명 교향곡’이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며 세기말 정서를 음악에 영원히 박제했다.

언더월드의 멤버 칼 하이드(62·보컬·기타)와 지난달 3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전화를 받은 하이드는 “‘삶을 선택하라’는 ‘트레인스포팅’의 마지막 대사와 주인공의 미소가 생생하다. 그 무렵 알코올 중독에 빠져 사경을 헤매던 나에게도 ‘Born Slippy .NUXX’는 삶을 택하게 해준 고마운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무대에서 부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삶의 박동으로 충만해진다”고 덧붙였다. 언더월드는 8일 국내 최대 전자음악 축제 ‘울트라 코리아 2019’(7∼9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공연한다.

영국의 전설적 전자음악 듀오 ‘언더월드’의 칼 하이드(왼쪽)와 릭 스미스. 울트라 코리아 제공
영국의 전설적 전자음악 듀오 ‘언더월드’의 칼 하이드(왼쪽)와 릭 스미스. 울트라 코리아 제공
언더월드는 방한 전, 세계적 명소 오페라 하우스에서 3일까지 4일 연속 공연했다. 하이드는 “공연 사이에도 쉴 틈은 없다. 호텔방에 작은 녹음스튜디오를 설치해 신곡 작업을 계속했다”고 했다. 52주간 매주 1개의 신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 ‘드리프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

“15년 분량의 신작을 1년 만에 쏟아내는 셈입니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도전이 즐겁습니다.”

하이드는 독특한 가사로도 유명하다. 동료 멤버 릭 스미스(60)의 질주하는 음악에 맞춰 점묘하듯 단어를 나열해 간다. 의식의 흐름 기법 같다.

“매일 아침 카페에 나가 2시간씩 글을 씁니다. 수십 년째요. ‘Born Slippy .NUXX’는 웨스트엔드에서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썼죠. 지금이라도 지도를 펴면 구절마다 구체적 장소를 짚을 정도로 세밀한 작사였죠.”

책 수집광이라는 하이드는 “미국 극작가 샘 셰퍼드의 기법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면서 “1990년대부터 공책에 펜으로 기록한 방대한 메모를 아직도 들춰 보며 작사한다”고 했다.

언더월드가 음악감독을 맡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는 음악 연출로 꼽힌다. 영화, 연극, 멀티미디어 아트를 오가며 환상적 음악을 덧칠했다.

“저희 음악은 자칭 ‘월드 오브 언더월드’입니다. 북아프리카 블루스, 재즈,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죠. 복잡한 도시의 지도처럼요.”

자신들의 공연은 ‘노 페이크(no fake)’라 일컬었다. 하이드는 “첫 음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조명, 영상, 음악 모두 즉흥적으로 움직인다”면서 “무대의 에너지가 객석에 반사돼 돌아오는 거대한 흐름에 늘 주목한다”고 했다.

“댄스음악의 놀라운 점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 평화롭게 삶을 찬양한다는 것입니다.”

40년간 금자탑을 쌓았지만 하이드는 “몇 주년 기념일에도 우린 호텔방에서 신곡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 가지 스타일에 안착하면 예술가는 파괴됩니다. 모든 평범과 안일에 도전하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언더월드#전자음악 축제#드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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