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미국-소련-일본의 암투… 전쟁 막바지 3일의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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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의 설계자들/하세가와 쓰요시 지음·한승동 옮김/720쪽·3만3000원·메디치미디어

1945년 9월 2일 미주리호 함상에서 맥아더 연합국 최고사령관은 일본 대표단으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순간이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쿠릴 열도를 점령하기 위한 스탈린의 작전이 계속됐다. 9월 5일, 소련군은 결국 쿠릴 열도에 진입한다.

저자는 이 3일의 시간에 주목했다. 그의 말대로, 전쟁 막바지는 미국, 소련, 일본의 국익을 위한 암투의 장이었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가 일본을 항복하게 만들었다는 기존 미국 중심의 역사 인식에 반기를 들며, 스탈린이 전쟁의 주역이었다고 주장한다. 소련 붕괴 뒤 공개된 기밀문서와 미국 문서보관소의 자료, 일본 관료 및 군인들의 증언을 통해 전쟁의 끝과 냉전의 시작을 담아냈다.

“스탈린은 소련에 의지해 전쟁을 종결하려 했던 일본의 바람을 소련의 국익 추구를 위해 마키아벨리처럼 이용했다. 한편으로 스탈린은 미국 지도자와 치열한 각축을 벌이면서 소련을 따돌리려는 미국의 정책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같은 해 2월 11일 얄타회담에서 미국의 루스벨트는 스탈린이 제시한 대일전 참전 보상 조건을 15분 만에 승낙했다. 하지만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고 원자폭탄 실험이 성공하면서 미국의 종전 셈법도 달라졌다.

전쟁의 과실을 소련과 나누고 싶지 않았던 미국, 소련의 중립 선언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 그 속에서 스탈린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참전을 결정했고 얄타에서 약속받은 이권을 챙겼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종전의 설계자들#제2차 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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