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왜 잘못된 선택을 할까요? 직관을 믿기 때문이죠”

  • 동아일보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펴낸 마이클 루이스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버스키가 사망하고 6년이 지난 2002년 카너먼이 노벨상 위원회의 전화를 기다리는 순간을 두 사람의 파트너 관계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
았다. 김영사 제공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버스키가 사망하고 6년이 지난 2002년 카너먼이 노벨상 위원회의 전화를 기다리는 순간을 두 사람의 파트너 관계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 았다. 김영사 제공
“직관을 믿지 마세요. 판단과 결정에서 편향을 피하려면 데이터를 가지고 확인해야 하고, 그럴 수 없다면 다른 이의 판단을 가지고 확인해야 합니다.”

행동경제학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룬 신간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김영사·1만8500원)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58)는 e메일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평소 직관을 믿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주체를 가정하고, 그 바탕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84)과 아모스 트버스키(1937∼1996)가 창시한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의 판단에 감정과 심리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밝혔다.

루이스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쓰겠다고 한 뒤 카너먼이 인터뷰를 편하게 받아들이기까지는 거의 5년이 걸렸다고 한다. 루이스는 “카너먼은 책에 자신이 너무 드러나 망자인 트버스키의 역할이 과소평가될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직관적으로 도안하는 것부터 남자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넣어 변기 가운데로 볼일을 보게 하는 ‘넛지’ 디자인, 미국의 연금 자동 가입 방식 등 각 분야의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학자는 ‘지난 200년 동안 경제학적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들’로 평가되기도 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거의 한 몸처럼 협력하며 연구 성과를 냈습니다. 논문에서 각자가 기여한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히 구분이 안 될 정도였죠.”

둘은 ‘애증’의 관계이기도 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건 생존한 카너먼뿐이었지만 사실 소심한 성격의 카너먼보다 자기 확신이 강한 트버스키가 오랫동안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루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체계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재평가해 좋은 성적을 내는 과정을 그린 논픽션 ‘머니볼’(2003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본질을 추적한 ‘빅숏’(2010년)의 저자이기도 하다. 두 책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다.

“‘머니볼’에서는 왜 선수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안 나오지만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는 이 같은 인간의 오판에 답을 제시합니다.”

그는 학부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지만 그는 “경제학자들보다 인지심리학자들과 함께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하고, 심리학자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중요하게 들린다”고 덧붙였다. 책의 원제를 ‘언두잉 프로젝트(The Undoing Project)’로 지은 이유는 “두 사람의 연구가 인간 본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다룬 위대한 ‘되돌리기(Undoing)’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판단의 편향에 관해 내공이 깊은 그도 오류를 피할 수는 없는 듯하다. 자신의 삶을 행동경제학적으로 돌아볼 때 후회되는 판단이나 비합리적인 결정이 있는지 물었다.

“연애나 주식 투자에서 ‘매몰비용’을 무시하는 데 실패했어요. 단순히 내가 그것에 투자를 했다는 것 때문에 적절한 기간보다 더 오래 그 상태를 유지하려 했거든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마이클 루이스#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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