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情’ 빈 필이 연주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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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인연 헤르베르트 빌리, 40분 길이 관현악 협주곡 작곡
5월 26, 27일 빈 황금홀서 초연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는 2004년 한국을 찾아 전통 사찰과 자연을 체험하고, 당시 한국인들에게 느꼈던 감정을 음악에 담았다고 전했다. 헤르베르트 빌리 소사이어티코리아 제공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는 2004년 한국을 찾아 전통 사찰과 자연을 체험하고, 당시 한국인들에게 느꼈던 감정을 음악에 담았다고 전했다. 헤르베르트 빌리 소사이어티코리아 제공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친근함, 애틋함, 그리움의 복합적인 한국인의 감정.’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62)가 한국인의 ‘정(情)’을 주제로 한 관현악 협주곡을 작곡했다. 5월 26, 27일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에서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10악장으로 구성된 ‘정(Dsong-Konzert f¨ur Orchester)’은 40분 길이로 5악장 ‘깨어나라’, 7악장 ‘자비심’, 9악장 ‘참 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억압 속에 살아온 한국인의 한(恨), 독립을 맞은 기쁨의 춤, 부처님의 자비심 등의 감정을 담았다.

빌리가 ‘정’을 작곡하게 된 것은 2004년 한국과의 인연에서 출발한다. 국내 클래식 애호가의 초청으로 내한한 빌리는 서울과 경북 안동, 경주, 강원 속초, 전북 전주 등을 방문했고 산속의 사찰에서 묵으며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했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교육기관을 방문하고 바이올리니스트 고 권혁주 등 한국인 연주자들과 만나며 교류했다.

2010년에는 클라리네스트 마티아스 숀이 자신이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 ‘이고 아이미(Ego eimi)’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초연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빌리를 초청했던 권순덕 쉔부른클래식매니지먼트 대표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한 빌리는 같은 오스트리아인임에도 유언으로 태극기를 관에 넣어 달라고 했던 프란체스카 여사의 삶을 떠올리며 ‘정’을 작곡하게 됐다”고 전했다.

빌리는 자신의 작품에서 정을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이고 자비를 베푸는 마음이며 신에게는 없는 사람에게만 있는 마음’으로 묘사했다. 그는 “내가 보여준 사랑보다 더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해준 한국인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고, 빈 필에서 나의 작품을 연주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주저 없이 ‘정’을 주제로 한 음악을 쓰기로 했다. 제 음악에서 한국인도 새로운 의미의 ‘정’을 공감할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빌리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199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02∼2003년 빈 악우협회 및 콘서트 페어라인의 전속 작곡가로 활동했다. 1997년에는 오스트리아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십자훈장을 받았다. 알프스 설원이 둘러싼 오스트리아 몬타폰에 거주하며 자연의 고요함과 내면의 소리에서 영감을 얻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 트럼펫,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 협주곡 시리즈 ‘몬타폰’, 오스트리아 건국 기념 오페라 ‘참의 형제’, 빈 필 창단 150주년 기념 ‘만남’ ‘오케스트라를 위한 론디노’ 등이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헤르베르트 빌리#한국인의 정#관현악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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