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듯 게임 한듯, 스필버그의 ‘VR액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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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눈으로 영화를 봤지만, 온몸으로 가득 체험한 듯한 묘한 여운이 남는다. 140분의 러닝타임. 신나는 게임을 한판 한 것 같기도 하고, 통쾌한 액션영화 한 편을 본 기분도 든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연출한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28일 개봉·사진) 얘기다.

배경은 2045년 미국의 빈민촌이다. 현실에선 컨테이너에서 ‘루저’의 삶을 사는 10대 소년 웨이드 와츠(타이 셰리던)는 가상현실(VR) 기계를 쓰는 순간 180도 돌변한다.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에선 누구나 원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괴짜 창업자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가 오아시스 곳곳에 숨겨둔 열쇠 3개를 모두 찾은 이에게 막대한 부와 게임 소유권을 넘기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숨진다. 두뇌 싸움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건 웨이드다. 하지만 게임 속 각종 광고, 아이템 판매를 통해 이윤을 얻는 대기업 IOI가 열쇠를 가로채려 하면서 극은 긴박하게 흘러간다.

영화는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했다. 30년 뒤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 곳곳엔 1980년대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흘러넘친다. 열쇠를 획득하기 위해 아바타들이 자동차 경주를 벌일 땐 킹콩과 ‘쥬라기공원’의 공룡 티렉스가 나타난다. 미션 해결 과정에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같은 명작의 주요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건담’ ‘아키라’ ‘빽 투 더 퓨처’ 등 대중문화의 한 획을 그은 콘텐츠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한순간 즐기고 잊혀질 단순 오락영화도 아니다.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코인을 얻으려 게임 속에서 각종 전투도 불사하고, 가상현실의 빚이 현실로 옮겨와 코인 모으는 기계로 살다 버려지는 사람들의 모습도 비춘다. 최근까지도 ‘더 포스트’ 등을 통해 사회성 짙은 영화를 연출해 온 감독답게, 가상이 아닌 현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레디 플레이어 원#스티븐 스필버그#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블록버스터#가상현실#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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