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로 방송가 출사표 낸 하드록 어벤저스 ABTB “연주로 정면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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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겋게 끓어오른다. 굵직한 건더기도 가득이다. 몽롱한 현실에 취한 이를 일으켜 세울 마그마 같은 해장용 찌개국물이다.

4인조 하드록 밴드 ABTB의 음악 말이다. 록 음악이 저문다는 시대. 두 대의 기타가 주고받는 리프(riff)와 솔로, 보컬 절규가 이토록 뒤섞여 펄떡대는 덩어리가 나타났다. 밴드 이름의 원래 뜻인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를 제목으로 한 데뷔앨범으로 이들은 2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상을 받았다.

ABTB가 뜻밖에 LP를 내고 방송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새해를 맞아 기존의 1집 곡들에 두 신곡(‘무임승차’ ‘이중사고’)을 더해 두 장의 레코드에 담아 다음달 중 발매한다. 게이트 플라워즈 출신의 박근홍(보컬), 한음파 출신의 장혁조(베이스기타), 쿠바와 썬스트록 출신의 강대희(드럼)가 2014년 의기투합한 ‘홍대 앞 하드록 어벤저스’가 지금 ABTB다.

“라이브 클럽에서 100회 가까이 공연했는데 이제는 LP를 들고 라디오, TV 활동에 나설 작정입니다.”(박근홍) 긴 머리를 흔들며 포효하던 그가 이번에 무려 11년 만에 머리모양을 스포츠 스타일로 바꿨다. 각오가 엿보인다.

힙합과 전자음악 열풍 속에 록이 외면되는 현상을 이들은 폭발적인 연주 모습으로 정면 돌파해보겠다고 했다. 라디오와 TV에 출연해 록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면 생각들이 달라질 거라면서. “LP는 사라졌다 다시 부상한, 어찌 보면 지금 세대에게는 새로운 매체죠. 록도 마찬가지예요. 새 세대에겐 접할 기회조차 없었던, 아주 새롭고 신선한 음악일 수 있습니다.”(강대희 박근홍)

아이돌 가수의 군무, 빠르게 뱉는 랩에만 익숙한 이들에게도 ABTB 카드는 승산이 있어 보인다. 앨범의 첫 두 곡, ‘Artificial’과 ‘시대정신’은 장르를 막론하고 어떤 이의 아드레날린도 분출시킬 만치 치열하고 강렬하니까.

‘시퍼런 서슬은 사각으로/시커먼 사슬은 바닥으로’ ‘항상 기대는 계산의 위/막상 기회는 예상의 외…’(‘Artificial’) 기막히게 운율 맞춘 가사에 맞춰 손을 휘젓는 박근홍의 무대 매너도 힙합과 은근히 통한다.

ABTB에게 LP 발매는 꿈의 작업이다. “아이언 메이든의 두 장짜리 라이브 LP를 사서 한 달 동안 아껴듣던 게 생각나요. 제 밴드로 제가 LP를 낸 것은 일종의 로망 완성이죠.”(장혁조)
나머지 멤버들보다 20년가량 어린 1996년생 막내 기타리스트 황린은 음원사이트 ‘멜론’으로 음악을 접한 세대다. LP는 한 장도 사본 적 없다. 1970년대 하드 록, 1980년대 헤비메탈, 1990년대 그런지, 2000년대 모던 록을 좋아한다는 취향만으로 ‘형들’과 찰떡궁합이다. “LP 세대 음악을 저는 음원으로 열심히 들었거든요. 하하.” 이번 LP는 록에 입문하는 어린 팬에게처럼 멤버 황린에게도 첫 LP, 새해의 특별한 첫 선물이 될 것 같다.

거대한 ‘록 공룡’들의 시대는 갔다고들 했다. 그러나 지금 들리는 이 뜨거운 소리는 무엇인가.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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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LP를 내고 방송가에 출사표를 던지는 4인조 록 밴드 ABTB.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객원멤버 곽민혁(기타). 석기시대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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