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국서 탄압받던 ‘아리랑’, 왜 日서 유행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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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정선공연에 김옥심 대신 한정자가 갔더라면? 명곡 정선아리랑은 태어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탄압받던 아리랑이 왜 일본에서는 유행했을까?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29호 아리랑에 숨겨진 이야기를 고음반과 재현으로 감상하며, 토크와 강연으로 풀어내는 인문학 콘서트가 열린다.

12월 1일 금요일 19시 서초동 정효아트홀과 12월 17일 일요일 1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각각 열리는 아리랑과 인문학의 만남(진행 김문성)은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아리랑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강연과 토크, 고음반 감상과 명창들의 재현으로 꾸민 무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후원하고 경서도소리포럼(대표 한윤정)이 주최하는 아리랑콘서트는 음악중심의 이전 아리랑 공연들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영역까지 범위를 확대해 아리랑을 살펴보며, 법조인과 언론인이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내게 된다.

이날 공연은 크게 4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1세션 고음반, 아리랑을 품다에서는 유성기 음반에 녹음된 최초의 아리랑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당시 아리랑의 명칭이 ‘알영설’을 중심으로 ‘卵卵타령’ 혹은 ‘알알타령’으로 표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리랑을 난생계통에 묶어두려는 식민사관이 갑자기 생겨난 이유를 고음반 감상과 함께 소개하게 된다. 이승은, 유근순, 홍순옥, 이춘자 명창이 옛 아리랑타령을 재현해 선보인다.

2세션 새옷입은 아리랑, 사라져간 아리랑에서는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소개된 신아리랑이 유행하면서 광풍처럼 번져나간 아리랑 창작의 모습을 살펴보게 된다. 진도아리랑, 대구아리랑 등 지역명이 붙은 아리랑이 생겨나고, 아리랑우지마라, 그리운아리랑, 마지막아리랑 등 창작 아리랑이 유행하던 시대의 명암을 소개하며, 차수연, 한대식 등 중견 명창이 창작 아리랑을 재현하고, 정남훈, 김혜영명창이 만담형태로, 천재 판소리 남매인 최재명, 최보길 학생이 창극 형태로 아리랑 무대를 빛낸다.

3세션 해외로 간 아리랑은 일본과 미국에서 대유행하며 다양한 형태의 음악으로 정착하는 아리랑의 모습을 음반 감상과 토크로 소개하는 코너이다. 특히 많은 해외 공연활동을 하며 아리랑 보급에 힘써온 최영숙, 이선영 등 아리랑 명창이 출연해 직접 정선아리랑 등을 불러준다.

4세션 시민속으로 간 아리랑은 아리랑이 단순히 음악적으로 기능하는데 머물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토크를 통해 확인하는 코너이다. 이날 토크에는 법조인과 언론인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12월 1일에는 법무법인 정성 대표 변호사이자 직장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문화이야기 대표인 양종윤 변호사가 토크에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특히 7,80년대 노동현장, 대학가에서 아리랑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연을 진행하는 국악평론가 김문성씨는 고음반을 주제로 활발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특히 고음반과 기생을 주제로 한 ‘반세기’ 공연은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문성씨는 ‘아리랑을 음악적으로 한정해 이해하거나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은 더 이상 대중과 소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공연을 기획해, 하나의 콘텐츠로 구축하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재현무대를 꾸밀 소리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지난 11월 16일 재담소리 인간문화재가 된 최영숙 명창과 경서도소리를 가장 완벽하게 부른다고 평가받는 이선영 명창이 무대에 오른다.

가야금병창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차수연명창이 제주아리시리를 불러주며,정가분야에서 독보적인 소리로 인기많은 한대식명인이 일제강점기 명기 장일타홍의 아리랑우지마라와 선우일선의 꽃을잡고를 부른다. 재담소리의 두 젊은 주자 정남훈과 김혜영 명창은 만담 아리랑 레뷰를 재현한다.

일찌감치 국악신동으로 알려진 최보길(국악중)은 남자 송소희로 불리는 오빠 최재명(남원국악고)와 함께 사랑가와 진도아리랑 공연을 펼친다.

경서도소리포럼 한윤정 회장은 ‘지금은 사장된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많은 아리랑들의 가치가 저평가 되어 있는데, 이러한 토크쇼를 통해서 재현함으로서 아리랑 콘텐츠가 풍성해지며, 그것이 인문학 강의의 밑거름으로 역할하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더 많은 강의형 콘텐츠를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장을 방문한 관객에게는 진행자가 특별히 엄선한 아리랑들을 수록한 ‘김문성의 아리랑’ 음반을 무료로 나눠준다.

이 음반에는 전설적인 기생 출신 가수 왕수복의 명곡 ‘마지막 아리랑’, 일본의 명가수 고바야시 치요코의 ‘달아리랑’을 비롯해 가수 김정구의 친형이자 유명한 음악가인 김용환의 일본어 버전 ‘신아리랑’, 가수 이난영이 일본에서 오까랑꼬라는 이름으로 일본어로 부른 ‘아리랑’, 1930년대 말 일본 음악 교과서에 실린 이옥화의 ‘강원도아리랑’,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성악가로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박경희의 ‘아리랑’, 선우일선의 ‘긴아리랑’ 등 18곡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한국전쟁 참전으로 애인과 이별을 앞둔 미군의 심정을 노래한 1954년 발매된 잭플리스의 아리랑도 실려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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