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바리톤 간바타르 “초원서 말 키우며 부르던 노래… 이젠 세계인이 제 관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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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오페라 출연 몽골인 바리톤 간바타르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는 20일 오페라 ‘카르멘’이 끝나면 그 다음 날 바로 고향인 몽골에 돌아가 3, 4일 휴식을 취한 뒤 독일 공연을 하러 떠난다. “편리한 도시도 좋지만 저에게는 초원이 편해요. 아름다운 자연에
서 쉬다 보면 자연스럽게 충전되고 감정도 풍부해지거든요.”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는 20일 오페라 ‘카르멘’이 끝나면 그 다음 날 바로 고향인 몽골에 돌아가 3, 4일 휴식을 취한 뒤 독일 공연을 하러 떠난다. “편리한 도시도 좋지만 저에게는 초원이 편해요. 아름다운 자연에 서 쉬다 보면 자연스럽게 충전되고 감정도 풍부해지거든요.”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조금 떨어진 조그마한 마을. 유목 생활을 하는 소년의 가족은 몽골의 이동식 집인 게르에 살았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소년은 광활한 초원을 무대로 하늘에 떠있는 별을 조명 삼아 수백 마리의 말과 양을 관객으로 노래를 불렀다.

 20여 년 뒤 소년은 어른이 됐다. 여전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다만 무대는 더이상 초원이 아니다.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볼쇼이 극장, 뉴욕 카네기홀 등 세계 유명 오페라하우스다.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28)는 17∼20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오르는 오페라 ‘카르멘’에서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으로 출연한다. 국내 첫 오페라 출연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는 그를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몽골의 바리톤 가수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는 약 2년간 경찰로 근무하며 대학 공부와 경찰합창단 활동까지 겸했다. 사진 출처 wikimon
몽골의 바리톤 가수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는 약 2년간 경찰로 근무하며 대학 공부와 경찰합창단 활동까지 겸했다. 사진 출처 wikimon
 그는 2011년 러시아에서 열린 글린카 국제성악콩쿠르 우승 등 두각을 나타냈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성악 부문 우승과 함께 전체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부터였다.

 “우승 직후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몽골 초원에서 유목 생활을 한다고 하니 놀라더라고요. 유럽에서 유학도 하지 않은 제가 그랑프리를 받으니 이상했던 거죠.”

 경찰관을 꿈꾸던 그는 7세 때 우연히 TV 만화에서 오페라를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

 “당시 즐겨 보던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 어느 날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노래가 나오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때부터 오페라 음악들을 흥얼거렸죠.”

 어릴 적 그는 어른들보다 야생마를 잘 길들이는 것으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비결은 말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었다. 작은 노래 대회들에서 우승을 휩쓸었던 그는 2005년 몽골 국립문화예술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땐 테너였는데 편도샘 수술을 받고, 바리톤이 더 잘 어울린다는 선생님의 권유로 전환했어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비를 대기 어려워 2009년 경찰에 입대했다. 낮에는 경찰, 밤에는 학생으로 생활하며 2011년 졸업했다. “제 키가 192cm입니다. 체격이 크다 보니 범인 검거 등 경찰 일도 잘했어요. 성악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경찰 간부가 돼 있었을 겁니다. 하하.”

 그는 유독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한국에 있으면 힐링이 된다”고 말할 정도다. 몽골 사람은 잘 못 먹는 김치찌개 등 매운 음식도 좋아한다. “어머니가 2009년부터 3년간 제 학비를 버느라 인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셨어요. 어머니도 제가 한국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세요.”

 그는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주요 오페라 때 사용하는 언어가 아직 낯선 편이다.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 “외국에 있을 때면 식당이나 커피숍에 가서 이탈리아인, 독일인 앞에서 노래를 불러요. 그들에게 내 발음 등을 물어보죠. 인터넷에서 각종 동영상을 보면서 매일 연구하고 비교하고요.” 

 그는 지난달 몽골 최고의 훈장인 칭기즈칸 훈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 등 9명만 받은 훈장이다. 몽골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크죠. 20년 뒤에는 몽골에 오페라하우스와 성악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오페라#몽골인#바리톤#간바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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