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배추김치 역차별에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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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은 HACCP인증 제외… 국산 가격경쟁력만 떨어뜨려

‘국산 배추김치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중국산 배추김치는 인증 없이도 유통이 가능하다?’

국내 배추김치 제조업체에 HACCP 인증을 의무화한 반면 수입 김치는 의무 적용을 받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식품위생법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배추김치에 HACCP가 적용된 것은 2005년 통관 대기 중이던 중국산 수입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 것이 계기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는 중국산 김치 기생충 알 파동이 일자 502개 국내 김치 제조업체 제품을 전수 검사했고 16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배추김치 제조업체는 2006년부터 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HACCP 인증 의무화에 들어갔다. 2014년 12월부터는 모든 업체가 의무 적용 대상이 됐지만 파동의 발단인 중국산 김치는 여전히 HACCP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배추김치 제조업을 하는 영세업자들은 “가뜩이나 중국산 김치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HACCP 인증 비용 때문에 원가가 상승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치업계는 HACCP 인증에 드는 초기 비용만 규모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규제개선 정부기관인 중소기업 옴부즈맨 관계자는 “수입 김치와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식약처에 여러 차례 개선을 건의했지만 ‘장기 검토’라는 의견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중국산 김치에 HACCP를 적용하면 국산 김치를 수출하는 데도 중국 HACCP를 적용해야 하는 등 문제가 생긴다”면서 “그 대신 수입 김치 검역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고 소규모 업체가 위생시설을 개선할 때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치 제조업계 일각에서는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에 대해서는 HACCP가 아니라 별도의 위생 인증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김치업계 관계자는 “HACCP 인증 시설에서 생산된 김치에는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균조차 살아남기 힘들어 오히려 유해균 번식이 용이한 반면 발효는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근억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HACCP는 어떤 식품이든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갖추자는 취지”라면서 “HACCP 때문에 발효가 안 된다는 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식품이 원재료 생산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과정마다 각종 위해요소에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식품 안전관리 체계다. 미국에서 처음 개발돼 국내에는 1995년에 도입됐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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