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水理전문가 전원 “암각화 물막이 절대 안돼”… 문화재청 “해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본보, 검증평가단 최종회의록 입수
5시간 동안 “황당한 발상” 격론… 물막이 제안자도 “누수는 못잡아”

“이 시점에서는 어떻게든 공기(工期)상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입장입니다.”(김종승 문화재청 반구대암각화TF팀장) “제가 30년 넘도록 ‘댐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립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황당한 발상이 나왔기 때문에 이것을 동의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합니다.”(윤용진 도화엔지니어링 부사장·한국수자원학회 이사)

지난해 3월 4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 기술검증평가단 최종회의. 동아일보가 25일 입수한 회의록 전문에 따르면 최종회의에서는 국비 28억 원이 투입된 임시 물막이 모형 검증 실험의 실시 여부를 놓고 장장 5시간에 이르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14명의 검증위원 중 9명만 참석한 가운데 수리(水理) 분야 전문가 4명 모두 검증 실험이 예산만 낭비한 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당국자와 임시 물막이를 제안한 함인선 포스코A&C 기술고문은 실험 착수를 계속 종용했다. 평가단은 수리, 토목, 건축, 기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위원회다.

통상 자문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확정적인 발언을 삼가는 편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수리 분야 전문가인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키네틱 댐에 대해서는 100% 아니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모의실험으로 억지로 답을 찾겠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이어 “누수(漏水)가 돼 물이 차 버리면 댐 기능이 없어진다. 이로 인해 암각화 쪽으로 물이 차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이라고 강조했다. 모형 실험이 아닌 실물 실험이었다면 수천 년 된 암각화가 훼손될 뻔했던 셈이다.

누수 문제는 검증 용역을 수행한 함 기술고문도 인정했다. 그는 “조 교수 말처럼 (누수를) 못 잡는다. 다만 (누수량이) 퍼낼 수 있는 정도의 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재청 당국자는 시종일관 함 기술고문을 거들고 나섰다. 김 팀장은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계약 진행에 있어 한 달이 걸리는데 기후 분석도 못 할 수 있다”라며 압박했다. 그는 수리 전문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른) 수리 전문가의 동의를 용역 조건으로 걸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검증 실험안이 통과되고 나서도 전문가들이 요구한 서류(동의서)는 끝내 첨부되지 않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水理전문가#문화재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