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테마파크 신기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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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 할리우드가 4월 ‘해리포터의 마법세계’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16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들였다더니 압도적인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이 영화 뺨친다. 최대 볼거리 호그와트 성은 성문 높이만 200피트(60.9m)이고, 마법사 마을 호그스미드도 외관은 물론이고 오래된 가구, 닳아빠진 마룻바닥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디즈니랜드도 ‘스타워즈 랜드’ 착공에 들어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가 테마파크 전쟁이다.

▷2020년 경기 화성시에 들어설 예정이던 ‘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007년 처음 추진됐다가 5년 뒤 중단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지만 다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보호법 환경법 등 규제를 터주지 못하고 있는 게 우선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 본사는 직접 땅을 소유하지 않고 자본 투자 없이 로열티만 받는 구조”라며 “시설 투자만 조 단위가 들어가 정부가 함께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16일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도 중국 정부가 99년간 땅을 공짜로 빌려준 것은 물론이고 도로와 지하철까지 깔아줬다. 디즈니는 상하이에 앞서 서울을 검토했고, 2003년 정부와 서울시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자리를 선정했지만 그때도 수도권정비계획법 같은 규제에 꽉 막혀 상하이로 넘어갔다. 싱가포르,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홍콩 디즈니랜드도 50년에서 99년까지 땅을 공짜로 빌려줬다. 그들은 관광산업 측면에서 테마파크가 몰고 올 파급효과에 주목했고, 우리는 수도권 규제에 골몰했다.

▷아시아에서 좀 사는 나라 중 한국만 세계 유명 테마파크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물론이고 대통령 후보까지 유치 호언만 했지 끝까지 책임지지를 않았다. 화성 건도 각자 책임을 최소화하느라 합의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테마파크는 꿈과 환상을 파는 곳이다. 무조건 유치를 내걸 일이 아니라 비전과 의지가 있는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로스앤젤레스#la#해리포터의 마법세계#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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