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안이함 꾸짖는 혁명의 채찍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체 게바라 평전/장 코르미에 지음·김미선 옮김/715쪽·1만8000원·실천문학사

※지난 일주일 동안 427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별을 단 베레모, 텁수룩한 구레나룻, 올리브그린색 군복. 이 세 가지는 체 게바라를 기억하고 회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된 상징이다. 공식적 외교 방문에서조차 군복을 입었던 체가 그것을 벗는 날은 아마도 세상의 모든 가난과 착취가 없어지는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체는 죽었다. 군복을 입은 채로, 그가 이루고자 했던 장밋빛 이상을 남겨두고.

검소하고 청렴결백한 삶을 살았던 그는 자녀들에게 물질적으로 많은 걸 남겨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국가가 그들의 생활과 교육을 맡아주리라고 믿고 있었기에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자녀에게 남긴 편지에서 체는 자신을 가리켜 ‘생각대로 행동했으며 신념에 충실했던 사람’이라고 떳떳하게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이 편지에서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다. 이것은 남발되는 미사여구가 아니었다. 자녀가 불의를 보고 외면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불의에 맞서 싸우다 죽을지언정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체의 인생철학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자 혁명 정신의 뿌리다.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은 체와 관련된 수많은 일화와 수기, 편지, 그리고 현장 답사 등 10년에 걸친 혼신의 노고를 통해 저자가 완성한 역작이다.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 체의 일생과 옥석 같은 신념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어떤 부분에서 무협지보다 흥미진진하고 추리소설보다 긴장감 있고, 문학보다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현대인들에게 체는 경계해야 할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 경계는 다름 아닌 안일한 일상과 적당한 물질적 풍요에 온순한 양처럼 길든 삶의 무기력에서 오는 나약함이다. 그런 우리에게 체는 고함치고 채찍질한다. 아무리 많은 식량이 생산되더라도 여전히 굶주리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이 세상의 불의를 외면하는 비겁한 인간이 되지 말라고.

양국형 경기 하남시 덕풍동
#체 게바라#체 게바라 평전#장 코르미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