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톡톡 TALK TALK]보는 사람 웃게 하지만, 가끔은 울리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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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메신저 속 이모티콘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문자의 한계를 메우는 소통의 수단이죠. 유행과 감정의 표현물로 자리 잡은 이모티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피니언팀 종합·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

백 마디 말보다 낫다

“이모티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걸 대신해 주는 수단인 것 같아요. ‘진짜 맛있다’고 해도 표현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엄지를 척 드는 모양이나 하트가 그려진 모양을 보내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나 표정, 느낌까지 전달되죠.”(오영호 씨·36·회사원)

“친구와 싸우고 어떻게 풀지 고민하다가 미안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냈어요. 구구절절 말할 필요 없이 감정의 앙금이 풀렸죠. 친구 생일 같은 기념일에도 그걸 보내요. 그림과 글귀를 함께 쓸 수 있어서 손편지나 카드를 쓰는 느낌이죠.”(윤희주 양·18·고등학생)

“아르바이트할 때 매니저님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해요. 원래 다정하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모바일 메신저에는 하트도 붙여요. 잘 보여야 할 땐 그래요. 가까운 사람에겐 메시지만 짧게 보내는데 말이죠.”(문소영 씨·24·대학생)

“제 문자가 딱딱한 편이라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함께 쓰면 극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쓰기 시작했죠. 센스를 보여줄 수도 있고요. 할 말이 떨어진 위기의 순간에 대처하기에도 좋아요.”(강지융 씨·27·대학생)

“신나는 걸 표현할 때도 ‘와!’ 하고 글만 쓰는 것보다 이모티콘도 함께 보내요. 요새 어떤 이모티콘은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까지 나오잖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상대와도 소통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김유진 양·18·고등학생)

“이모티콘은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도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죠.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위해 쓰는 거죠. 글자를 여러 개 입력하지 않아도 감정이나 메시지를 축약해서 전달할 수 있잖아요. 자신이 앞서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고요.”(김성철 씨·52·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오해의 순간들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가끔 아무 말 없이 이모티콘만 오면 답장을 성의 없게 한다는 느낌이거든요. 저 또한 딱히 할 말이 없으면 그것만 보내기도 하죠.”(오영호 씨·36·회사원)
“이모티콘도 정도껏 써야 하는 것 같아요. 특히 하트가 들어간 이모티콘은 과해 보일 때가 있어요. 애매하게 친한 관계의 남자애가 그런 이모티콘을 보내면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기 난감해요. 내게 지금 이런 이모티콘을 보내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이소정 씨·26·대학생)

“문제가 된 이모티콘 시리즈가 있었어요. 직장생활에 대한 이모티콘인데, 남자 설정인 강아지 캐릭터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만 있는 반면 여자 설정인 고양이 캐릭터는 화장을 고치거나 쇼핑 생각을 하는 등 딴생각만 하는 모습이었거든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거나 편견을 강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문소영 씨·24·대학생)

꽃중년, 외국인도 즐겨 쓴다
“젊은이들과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이모티콘을 많이 쓰게 됐어요. 나이 많아도 그걸 즐겨 쓰는 사람들은 굳이 나이 많은 티를 안 내는 사람들이에요. 젊게 살려는 사람들이어서 새로운 문화도 잘 소화하는 것 같아요.”(신귀부 씨·55·건축업)
“거래처 사람에게 ‘물건 잘 받았다’고 할 때는 오리가 OK를 하는 모양을 보내고, 친구에게 ‘오늘 한가하다’고 말할 때에는 남자가 누워서 윙크하는 이미지를 보내요. 우리 또래에게는 그게 재밌기도 하고 젊어 보이기도 해요.”(안은숙 씨·52·동대문 상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 캐릭터를 알게 됐어요. 등장인물들이 이모티콘을 재밌게 주고받는 모습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드라마 장면을 본뜬 것도 있어요. 중국에서는 라인 메신저를 쓸 수 없어 아쉽지만 한국에선 쉽게 쓸 수 있네요. 브라운이나 코니 캐릭터는 정말 귀여워요.”(셴옌 씨·28·중국인 관광객)
기호에서 캐릭터로 진화
“폴더 휴대전화를 쓸 땐 기호를 하나하나 입력해 그림문자를 크게 만들면 이모티콘이 됐었죠. 생일 케이크 모양이 인기였죠. 지금은 더 간단하고 다양해졌지만 정성을 담아 보낸다는 의미는 그대로죠.”(이지은 씨·24·대학생)
“폴더 휴대전화를 쓸 때부터도 ^^와 같은 간단한 문자 이모티콘 정도는 썼잖아요. 스마트폰 메신저를 사용하면서 캐릭터 이모티콘도 쓰게 됐어요. 책상 엎는 이미지 같은 장난스러운 느낌은 기호나 문자만으론 전하기 힘들잖아요.”(황창현 씨·28·패션디자이너)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 이모티콘이 문자에서 캐릭터로 옮겨가게 됐죠. 대화할 때도 표현이 풍부하고 낙서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캐릭터 이모티콘 제작에 푹 빠졌어요. 모바일 메신저뿐 아니라 상품이나 기업용 브랜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머지않아 스토리와 결합된 캐릭터 산업이 호황기를 맞겠죠. 새로운 미디어재생 기술이 접목되면 이모티콘 시장은 또 진화할 겁니다.”(김욱환 씨·36·스튜디오 칸 대표)

아바타 같지만 상사에겐 조심
“남자친구와 모바일 메신저를 쓸 때 곰과 토끼 캐릭터를 써요. 남자친구는 곰을, 저는 토끼를 닮았거든요.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할 때면 곰과 토끼가 같이 영화 보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내죠. 이모티콘은 아바타(분신)예요.”(윤여원 씨·24·대학생)
“이모티콘을 많이 보내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카카오톡 프렌즈의 이모티콘 시리즈를 다 사요. 씻으러 가는 상황, 밤샘 과제를 하는 상황 등 웬만한 장면은 다 담겨 있어서 놀랐어요. 친구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그걸 보내죠. 이모티콘이 많아질수록 더욱 다양한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기는 해요.”(이지은 씨·24·대학생)

“조리사인데, 가까운 동료끼리도 이모티콘을 잘 안 쓰는 분위기예요. 남자가 많은 데다 딱딱한 업무 대화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김은호 씨·30·조리사)

“상사에게는 이모티콘을 거의 안 써요. 쓰더라도 사람을 헹가래치는 모양 정도만 쓰죠. 반면 동료나 아랫사람에게는 장난스러운 것도 편안하게 써요. 그림 옆에 ‘옜다’ ‘반갑구먼’ 같은 말을 즐겨 써요.”(오영호 씨·36·회사원)
“남자들은 메신저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해 주는 이모티콘만 쓰는 편이에요. 그걸 따로 사서 쓰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인 듯해요. 자녀가 딸인 경우 부모가 그런 선물도 많이 받죠. 아들과의 문자 교환에서는 그걸 많이 쓰지 않아요.”(이해성 씨·47·회사원)
“가끔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도 있지만 한 번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아예 안 써요. 싸이월드 꾸미기처럼 뭔가에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엄청 공들이거든요. 메신저 프로필에 올리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저를 보는 순간 주객이 전도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황승희 씨·44·출판사 직원)
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
#이모티콘#모바일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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