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中 방송인 양란의 ‘세계는 크고, 다행히 당신도 있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뉴스에서 접하지 못한 명사들의 인간적 면모 생생

“그냥 양란(楊瀾)의 책이니까 한번 볼만하죠.”

중국의 여성 방송인이자 ‘양광미디어집단 및 양광문화기금회’ 주석인 양란 씨(48)가 1월 내놓은 신간 ‘세계는 크고, 다행히 당신도 있으니(世界흔大 幸好有니·사진)’를 보는 베이징의 한 20대 여성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는 양란의 지명도와 인기를 말해준다. ‘세계는 크고…’는 징둥(京東)이나 당당왕(當當網) 등 인터넷 쇼핑몰 서적 코너에서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의 간판 방송인이자 평론가인 바이옌쑹(白巖松)의 책이 새로 나오면 두루 읽히는 것과 비슷하다. 양란은 지금까지 ‘천하여인(天下女人)’ 시리즈 5권과 ‘행복은 대답이 필요하다(幸福要回答)’ 등 20권 가까운 책을 내놓았다.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사업가인 남편 우정(吳征)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붙은 신간 ‘세계는 크고…’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 국가원수부터 아프리카의 자연보호 활동가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과 자신의 일상생활을 토대로 한 가벼운 터치의 삶의 이야기다.

양란은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자신만의 인터뷰 노하우, 어떤 거물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요령 등을 보여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을 인터뷰할 때는 그의 가슴에 커다랗게 달린 브로치 얘기로 실마리를 찾아 나갔다. 명청(明淸)시대의 그림이 전시된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인터뷰할 때 캐머런 총리가 갑자기 그림에 대해 물어왔다고 한다. 그는 순발력 있게 서양화와 다른 동양화의 특징 등을 총동원해 상황을 수습했다.

책을 잡으면 마치 편안한 사람과의 대화를 끊지 못하는 것처럼 계속 읽게 된다는 등의 서평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뉴스에서 접하지 못하는 주요 인물의 인간적인 면이나 이들도 보통 사람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는 베이징에 초대돼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간 뒤 친필 사인이 든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초청으로 런던의 왕실 저택인 클래런스 하우스에 갔을 때는 실내온도가 너무 낮아 어깨에 숄을 걸쳐야 했다고 한다. 찰스 왕세자가 열대우림 파괴를 막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각국의 1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몸소 실천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찰스 왕세자의 소매 끝이 닳은 것을 보면서 그의 검소함도 느꼈다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본 것은 2008년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막식 행사 공동 사회를 봤을 때. 약 9만 명이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를 가득 메운 상태에서 경기장 가운데까지 100여 m를 걸어가 입을 뗄 때의 긴장감도 다시 떠올렸다.

양란은 베이징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뒤 1990년 CCTV에 들어와 간판스타가 됐고, 홍콩 펑황TV의 ‘양란 방담록’이라는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요 인사 800여 명을 인터뷰했다. 미 포브스가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에 선정하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양란#세계는 크고 다행히 당신도 있으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