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그 중심에 학생이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의 역사 교육 논쟁/린다 심콕스, 애리 윌셔트 지음/이길상 최정희 옮김/540쪽·3만5000원·푸른역사

책의 맨 첫줄은 이렇다.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항상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다른 과목과 달리 역사는 여론, 의회, 그리고 지배집단 내에 토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구절을 시작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음이 다소 가벼워진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온 나라가 두 쪽 난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던 차에 역사교육 갈등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역사전쟁’이 벌어졌다. 1989년 미 정부는 역사교육에 애국적 가치관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94년 ‘국가 역사 표준서’가 제작됐지만 애국적 영웅보다 빈곤계층과 여성 등 소수자의 관점이 많이 담겨 있었다. 이에 보수층은 표준서를 공격했고 사회 갈등이 시작됐다. 1988년 영국도 자국 역사를 부각시킨 국가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바탕 논쟁을 겪었다.

이 책은 2006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역사교육 논쟁’ 토론회에서 역사, 교육학자들이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각국의 역사교육 논쟁 사례, 올바른 역사교육관, 역사교육 갈등의 해결 방안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역사교육의 ‘역사’부터 이야기한다. 1960, 70년대 세계적으로 ‘역사교육 무용론’이 대두됐다. 인간의 본질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사회과학이 역사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책은 이후의 역사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한다. 카트 윌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는 역사교육이 교과서 시스템을 통해 절대시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린다 심콕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역사교육은 지역사에서 벗어나 학생에게 세계적, 다중적 시각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11명의 학자마다 주장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역사교육 논쟁의 중심에 정치도, 진영논리도, 학계도 아닌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 “역사를 단순히 주입하는 것을 넘어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데니스 셰밀트 영국 리즈대 교수의 말이다.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글귀로 마무리된다. “역사는 말한다. 이승에서는 희망을 버리라고. 그러나 평생에 한 번 정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일어난다. 그러면 희망과 역사는 함께 간다.” 책의 의미는 깊지만, 재미는 없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세계의 역사 교육 논쟁#국정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