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볍게 남긴 인터넷 흔적, 나의 민낯이 데이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크리스티안 루더 지음/이가영 옮김/
336쪽·1만6000원/도서출판 다른

취재를 다니면서 취재원을 만날 때 가끔 예상 못한 방문에 그들이 하는 첫마디는 “어떻게 알고 왔어요”다. 때론 나의 대답에 취재원은 한 번 더 놀란다. “인터넷 보고요.”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사진이 ‘나’에 관한 모든 기록이 되고 분석된다. 빅데이터의 시대. 누군가가 궁금할 때 어떤 질문을 할지 고민할 필요도 사라졌다. 그 사람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에 남긴 흔적들을 쭉 보면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쌓아온 나에 관한 기록은 어느 것보다 훌륭하게 나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들의 집합은 모여서 훌륭한 집단 데이터가 된다.

이런 데이터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감시하는, 고객으로서 우리의 급을 매기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어쩌면 우리는 소소한 즐거움마저 예리한 칼날로 돌아올지도 모를 슬픈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데이트 사이트 ‘Ok큐피드’의 공동 창립자인 저자 크리스티안 루더는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 시대를 보여주려고 한다. 여자는 함께 늙어갈 남자를 찾지만 남자는 항상 젊은 상대를 찾기에, 남녀 둘 다 솔로임에도 잘 이어지지 않는 어려움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의 전도사다운 분석인데 참 재미있다. 단문 위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글쓰기를 망친다는 데 대해선 제약 속에서 간결하게 쓰려는 노력이 글을 ‘잘 가꿔진 분재의 숲’이 되게 한다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책을 읽다가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생각났다. 잘 쓰면 유용하나 그렇지 않으면 정말 치명적인…. 데이터 분석가인 저자는 “선량한 이들을 위해 데이터가 선하고 인간적인 무언가 만들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다. 빅데이터가 좋게 쓰이길 원하는 저자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