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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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9일 일요일 비. 포도주의 기적.
#167 봄여름가을겨울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2015년)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된 공연 실황을 설명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돌비 코리아 제공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된 공연 실황을 설명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돌비 코리아 제공
“비틀스, 레드 제플린, 마일스 데이비스…. 이 소리(스테레오)로 들으면서 50년 동안 행복했습니다. 근데 그게 한순간에 무색해졌죠. 여기서 처음 돌비 애트모스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돌비코리아 시사실. 사방팔방에 고가의 스피커가 들어찬 작고 고요한 공간에 긴장감이 흘렀다. 자, 이제 세계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 기술로 믹싱된 무삭제 공연 실황 블루레이를 재생할 차례. 봄여름가을겨울이 작년 녹화한 ‘10주년 와인 콘서트’ 영상을 새 포맷으로 발표하는 자리였다. 돌비 애트모스는 서라운드 스피커에 천장 스피커를 추가해 3차원 입체음향을 구현하는 첨단 기술. 난 2년 전 스위스 명품 오디오 ‘골드문트’의 미셸 르베르숑 회장이 내한해 6억5000만 원짜리 오디오 소리를 직접 들려줬던 기억을 떠올리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대단한 입체음향, 나만 못 느끼면 어떡하지? 거짓말이라도 할까.’

눈앞에 있던 김종진이 암전으로 사라지고, 재생된 스크린 안에 작년의 김종진이 나타났다. 첫 곡은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2004년 시작해 꼭 10회를 맞은 ‘와인 콘서트’에 걸맞은 선곡. 봄여름가을겨울은 매년 11월 작은 클럽이나 와인 바에서 공연한 뒤 정확히 1년 되는 날, 그날의 실황을 음반으로 발매하는 일을 해왔다. 와인 숙성에서 착안한 기획이다.

입체음향 콘서트는 난생처음 겪는 울림이었다. 입체음향 영화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이를테면 쿵쿵대는 베이스 드럼의 음파가 스크린 쪽에서 다가온다기보다 공간 전체를 내리찍었다.

돈만 (많이) 있으면 이제 극장 말고 집에서도 애트모스를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애트모스 홈 시어터도 나왔다니까. 물론 천장 스피커가 야기할지 모를 층간소음보다 내게 더 큰 문제는 구입비다. 애트모스가 구현되는 스마트폰도 출시됐다. 일부 음원의 중·고주파 대역을 왜곡시키는 방식으로 3차원 입체음향을 이어폰 두 쪽만으로 구현한단다, 글쎄.

실황의 하이라이트는 봄여름가을겨울 1집(1988년)에 실린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가수 이적이 함께 부르는 그 노래는 더 절절했다. 내 맘을 울리는 게 입체음향인지 노래 자체인지 헷갈렸다. 첨단 기술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날에 내 마음의 열매는 예쁘게 영글어 있을까.

‘세월 흘러가면 변해가는 건 어리기 때문이야/그래 그렇게 변해가는 건 자기만 아는 이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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