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 고래마을’ 집채만한 고래 해체작업부터 포경역사까지 한눈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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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세계로! 名品 부울경]15일 문 연 울산 ‘장생포 고래마을’

“울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테마 관광지로!”

울산 장생포가 무한 변신하고 있다. ‘한국 포경(捕鯨·고래잡이)산업의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에 또 하나의 고래관광 상품이 탄생했다. 장생포 한가운데 있는 해발 50m 남짓한 야산에 ‘장생포 고래마을’이 15일 문을 열었다. 고래마을은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포경을 금지한 1986년 이전의 번창했던 장생포의 옛 마을 모습을 재현했다.

고래마을은 장생포 고래박물관 앞에서 왕복 2차로를 건너 상가와 주택가를 100여 m 지나면 나타난다. 고래마을은 2010년 착공됐다. 장생포 야산(장생포 근린공원) 10만2705m²에 272억 원(국비 78억여 원, 시비 39억여 원 등)이 투입됐다. 올해 고래축제(28∼31일)는 고래마을 중앙에 있는 고래광장에서 열린다.

울산 남구 장생포에 최근 완공된 ‘고래마을’.상업포경이 금지된 1986년 이전의 번창했던 장생포 마을 모습을 재현했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 남구 장생포에 최근 완공된 ‘고래마을’.상업포경이 금지된 1986년 이전의 번창했던 장생포 마을 모습을 재현했다. 울산 남구 제공
고래마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집채만 한 고래 모형. 한국계 회색고래(Korean Grey Whale·귀신고래)의 실물 크기(9∼16m) 모형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고고학자 로이 앤드루스 박사(1884∼1960)가 1912년 1월과 6월 울산 장생포에서 포획한 뒤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모형 옆에는 바닷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고래, 물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고래 등 갖가지 모습의 고래 모형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래마을에는 또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고래 해체장과 고래 기름을 짜는 고래 착유장, 고래고기를 삶아 파는 고래막, 그리고 포경선 선장과 포수, 선원의 집, 고래 연구를 위해 장생포에 머물렀던 앤드루스 박사의 하숙집 등 건물 23채가 들어서 있다. 장생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노인 등의 증언을 토대로 1980년대 중반 이전까지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추억의 학교와 이발소 책방 전파사 다방 등도 들어서 있다. 고래조각공원에서는 귀신고래와 혹등고래 밍크고래 향고래 범고래 등 실물 크기의 다양한 고래 모형도 설치돼 있다. 길이 23m의 흰수염고래 모형은 터널처럼 꾸며져 고래 배속도 탐사할 수 있다.

고래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내년 6월까지 입체영상관도 세워진다. 한국남부발전 영남화력발전소가 30억 원을 들여 건립해 남구청에 기부한다. 이 영상관은 360도 회전하는 스크린을 통해 고래와 관련한 생동감 있는 영상을 12∼15분간 상영할 예정이다. 고래마을이 완공되면서 벌써부터 “영화와 드라마 세트장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남구청은 밝혔다.

울산대교 개통(6월 1일)에 맞춰 고래마을이 완공되면서 울산 장생포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래관광단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생포 전역(164만1025m²)은 이미 2008년 8월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국내 최초의 고래 관련 박물관인 고래박물관(2005년 개관)을 시작으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2006년 개관), 살아 있는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과 돌고래풀장(2011년 개관), 고래문화관(2012년 개관), 그리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수백∼수천 마리 고래 떼의 군무(群舞) 볼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2013년 운항) 등 고래관광 인프라가 두루 갖춰져 있다. 매년 15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장생포를 찾고 있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고래 관련 관광시설이 잇따라 들어선 장생포 해양공원에는 숙박과 쇼핑 기능을 갖춘 세계 최대 높이의 고래 등대를 건립하기 위한 용역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고래 등대가 건립되면 장생포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고래 관광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과 고래:

울산 울주군 언양읍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는 300여 점의 동물상이 새겨져 있다. 동물상 가운데는 흰수염고래와 향유고래 등 10여 종, 58점의 고래가 새겨져 있다. ‘인류 최고(最古)의 고래도감’으로 불리는 이유다. 러시아 태평양 포경회사가 1899년 태평양 일대에서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장소로 장생포항을 선정하면서 장생포는 한국의 대표적인 포경기지로 자리 잡았다. 장생포에는 포경이 금지된 1986년까지 포경선 50여 척이 고래를 잡아 고래고기 수요의 70% 이상을 충당해왔다. 울산 앞바다에는 귀신고래가 회유하는 것으로 조사돼 1962년에는 이 일대가 천연기념물 제126호(극경회유해면)로 지정됐다. 현재 고래를 고의로 잡으면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된다. 하지만 그물에 걸려 죽거나(혼획·混獲) 죽은 채 발견된(좌초·坐礁) 고래는 경찰 조사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식당에 유통할 수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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