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을 만족 시키기 위한 푸치니의 모험 ‘일 트리티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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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일생을 살펴보면 행운을 타고난 것처럼 보입니다. 1884년 첫 오페라 ‘빌리’를 내놓았을 때부터 선배 대작곡가 베르디의 전속사인 리코르디에 점찍혀 ‘베르디의 후계자’로 육성되었습니다. 1896년부터 4년 간격으로 내놓은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은 각각 흥행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세계 오페라계의 표준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푸치니 역시 쉽지 않은 ‘인정투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라보엠’과 ‘토스카’는 평론가들로부터 “눈물 질질 짜는 여성취향”이라는, ‘토스카’는 “프랑스적 퇴폐주의의 산물”이라는 맹비난을 받았습니다. ‘나비부인’에 이어 미국에서 발표한 ‘서부의 아가씨’도 “급진적이다” “매력적인 선율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이런 평론가들의 반응은 때로 구약성경의 솔로몬 판결 이야기에 나오는 아기처럼 푸치니를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겼습니다. 새로운 수법을 선보이면 “이탈리아 전통에서 벗어났다”는 눈 흘김을 받았고,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려 하면 “예전 작품을 반복한다”는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가 죽기 6년 전인 1918년 내놓은 ‘3부작’(일 트리티코)은 당시 그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푸치니는 여기서 아예 짧은 단막 오페라 세 편을 하룻저녁 무대에 올리는 모험을 시도했습니다. 상반된 성격의 세 작품을 공연하면 어떤 비평가든 최소 한 작품에는 만족할 걸로 여겼던 것입니다.

첫 막 ‘외투’는 당대 유행을 좆아 무산계급 주인공의 치정 살인극을 소재로 했습니다. 둘째 막 ‘수녀 안젤리카’는 푸치니의 장기였던 ‘여주인공이 보호받지 못하고 가엾게 죽어가는 멜로극’으로 만들었습니다. 셋째 막 ‘자니 스키키’는 전통극 형식을 빌리면서 푸치니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코믹 오페라풍을 가미해 ‘전통과 도전’ 양쪽을 모두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도박은 성공했습니다. 평론가들은 만족했으니까요. 만족의 대부분은 마지막 막인 ‘자니 스키키’에 쏠렸지만.

15~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솔오페라단이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 전 3막을 공연합니다. 제6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 중 하나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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