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함부르크 ‘독종’ 발레리나 박윤수 “유럽서 무용수로 살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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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제가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다보니 한국 발레리나로서 사명감이 커요.”

2007년 한국인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에 입단해 화제가 됐던 발레리나 박윤수 씨(26)가 3, 4월 연달아 세 작품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선다.

함부르크 발레단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 발레단으로,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에마이어가 40여 년간 이끌고 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수차례 내한공연을 가진 ‘카멜리아의 레이디’가 노에마이어의 대표적인 안무작이다.

박 씨는 함부르크 극장에서 다음달 29일 막을 올리는 ‘윈터라이즈’(Winterreise), 4월 3일 공연하는 ‘메시아’(Messias), 같은 달 21일 선보이는 ‘프릴류씨비’(Preludes CV) 등 세 작품에서 모두 주역을 꿰찼다.

지난 11일 모처럼 2주간 겨울 휴가차 한국에 들어와 있는 박 씨를 만났다. 그는 “아직 코르 드 발레(군무)지만 함부르크 발레단은 경력과 관계없이 작품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주역으로 발탁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173cm의 키와 유난히 길고 가는 팔로 상체의 표현력이 좋은 그는 클래식 발레 작품보다 컨템포러리에 어울리는 몸매를 지녔다. 주역을 맡은 세 작품 역시 컨템포러리 장르에 가까운 스토리 발레로 추상적인 움직임이 특징이다.

‘프릴류씨비’에서 주역 ‘라우라’(Laula) 역을, 메시아에서 마리아 역을 맡았다. 윈터라이즈는 주요 배역에 캐릭터명이 부여되지 않고, 주역 무용수들이 한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특히 메시아는 함부르크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극 중 마리아가 총 3명 등장하는데 유독 저만 캐릭터가 강한 편이다. 베이지 계열의 슈트를 입는 마리아들과 달리 홀로 검은색 의상을 입어 더 강한 느낌을 풍긴다”며 “예수를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믿지 못하는 그런 심리를 표현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처음 메시아의 마리아 역을 맡은 뒤 호평에 힘입어 또다시 발탁됐다. 이 작품으로 그는 독일 댄스 매거진이 선정한 ‘2014년 유망주’로 뽑히기도 했다.

18세 때 함부르크 발레단에 최초의 한국인 단원으로 입단한지 어느덧 8년.

“독일에 와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혼자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 겁니다. 한국에선 선생님들이 동작 표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따라가면 됐죠. 유럽에선 무용수 스스로 생각하고 보여줘야 해요. 스스로 단점도 발견하고 극복하는데 최고의 방법인거 같아요. 수동적인 발레리나에서 자발적인 발레리나로 거듭 날 수 있었어요.”

박윤수는 함부르크 발레단 내에서 ‘독종’으로 통한다. “발레단원의 마사지를 담당하시는 분이 제게 ‘너는 참 독한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무릎에 물이 차고, 발목에 염증이 났는데도 늘 무대에 서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런 것 같아요. 창단 40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130회 무대에 섰고 적어도 매년 110회 정도는 늘 무대에 섰어요.”

그의 삶은 늘 ‘연습과 공연’으로만 채워져 있다. 지겨울 법도 한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발레리나가 많은 무대에서 춤출 수 있다는 건 좋은 기회를 자주 얻는 행운아란 의미죠. 행복해요.”

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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