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그대들은 남령초의 이점을 자세히 증명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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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낸 관리 시험문제 ‘전책제초’… 담배 예찬론 적극 펼쳐 이채

‘여러 식물 중에 사용함에 이롭고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는 남령초(南靈草·담배)만 한 것이 없다. (중략) 그대들은 들은 것을 모두 동원해 남령초의 이점을 자세히 증명해보라’(1796년 ‘초계문신(抄啓文臣) 친시(親試)’)

정조가 초계문신(37세 이하 관리 중 유능함을 인정받아 선발된 신하들)들에게 몸소 출제한 시험 문제의 한 구절이다. 정조는 시험 문제에서 “마음과 몸에 쌓인 피로로 가슴속이 항시 막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백방으로 약을 구했지만 오직 남령초에서만 힘을 얻어 밤잠을 편히 잘 수 있었다”라는 내용도 적었다. 흡연의 폐해가 널리 알려진 요즘 상황을 비춰볼 때 국왕이 담배 예찬론을 펴는 모습이 사뭇 이채롭다. 정조는 초계문신 한 기수당 5∼7명을 모아놓고 직접 강의를 하거나 시험 문제를 내고 채점까지 맡았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정조가 출제한 시험 문제지 ‘전책제초(殿策題草)’와 과거 답안 중 우수작을 모아놓은 임헌공령(臨軒功令) 등 총 107점을 ‘귀한 나무처럼, 어린 싹처럼: 조선시대 인재양성’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연구원은 남령초 문제 등 총 7장의 시험 문제지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엔 1797년 성균관에서 출제된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 책문은 응시자들이 멀리서 볼 수 있도록 폭이 4m에 이른다.

과거시험 답안지에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된 점도 흥미롭다. 응시자 이름과 부친의 신원 등을 기록하는 부분을 접어서 봉한 뒤 도장을 찍어 펴보지 못하도록 했다. 황재문 연구원 교수는 “점수를 매길 때 인적사항이 기재된 부분을 답안과 분리하고 채점이 끝나면 이들을 다시 꿰매서 합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15일까지. 무료. 02-880-6030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정조#전책제초#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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