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서양미술의 블록버스터展… 눈이 즐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20세기, 위대한 화가들’전

서양 미술사의 빛나는 별들이 한데 모였다. 모네,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 마티스, 로댕 같은 유럽의 거장과 앤디 워홀, 릭턴스타인, 키스 해링 같은 미국의 팝 아티스트까지. 교과서에서 배운 미술 사조도 차례로 펼쳐진다. 인상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옵아트 등. 해외 미술관에 발품을 팔아야 볼 수 있는 작가들의 작업도 수두룩하다. 피에르 보나르, 모리스 드 블라맹크, 라울 뒤피, 이브 클랭, 한스 아르퉁 등.

서울에서 최근 개막한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전은 시대를 달리하는 미술계 흐름을 한 눈에 훑는 자리다. 작고한 거장들에 쟁쟁한 현역들까지 작가 53명의 104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작품들이 빽빽하게 걸린 전시장을 돌면서 눈이 즐거운 것은 물론이고 지적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우리와 친숙한 인상주의에서 출발해 요즘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스트리트 아트까지 격변의 시대를 수놓은 사조들을 폭넓게 아울렀기 때문이다. 발그레한 뺨을 가진 꼬마의 초상(르누아르), 고즈넉한 평화를 전하는 눈 덮인 풍경(모네)은 대가의 풍모로 관객을 압도한다. 입체파를 대표하는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을 비교 감상한 뒤 샤갈과 마리 로랑생이 펼치는 색채의 향연에 빠져드는 것도 흥미롭다. 무의식의 탐험을 시각화한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대작 회화에 르네 마그리트의 오브제들,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빌럼 더 쿠닝, 앵포르멜 대표작가 장 뒤뷔페 등의 평면 작품은 어떻게 예술가들이 세계대전의 상흔을 내면화했는지 살펴보는 코너다. 전후 현대미술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갔다. 대중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워홀과 해링의 팝아트. 새로운 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 미국의 힘을 읽게 된다.

현대미술을 얘기할 때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yBa)’ 그룹을 대표하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이름은 빠질 수 없다. 그가 캔버스에 물감을 부은 뒤 빠르게 회전시켜 우연의 효과를 살린 ‘스핀 페인팅’으로 완성한 해골이 전시에 나왔다. 영국 태생으로 본명과 얼굴 등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긴 채 세계 곳곳의 뒷골목과 담벼락에다 그림을 그리는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도 돋보인다. 무장한 전경의 얼굴에 자리한 노란 스마일 심벌은 영국 정부가 테러 위협을 앞세워 권력을 남용하는게 아닌지 꼬집는다.

11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다양한 사조, 다양한 작가, 다양한 작품 등 20세기 미술의 전반적 흐름을 압축한 종합선물세트로서 흡인력을 발휘한다. 서양 미술에 문외한인 초보 관객은 관객대로, 미술 애호가는 그들대로 충분히 즐길 만한 콘텐츠를 품은 전시다.

9월 17일까지(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8000∼1만3000원. 1544-1555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모네#르누아르#샤갈#피카소#마티스#로댕#앤디 워홀#릭턴스타인#키스 해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