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라보엠 스토리는 세밑 슬픈 선율을 타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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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라보엠’(2008년). 동아일보DB
오페라 영화 ‘라보엠’(2008년). 동아일보DB
12월이 코앞이군요. 매년 연말이면 돌아오는 ‘송년작품’들이 있습니다. 발레로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로는 푸치니의 ‘라보엠’입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전막이, ‘라보엠’은 1, 2막이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지죠. 오늘은 ‘라보엠’에서 여주인공 미미가 슬프게 죽어가는 마지막 4막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폐병에 걸려 로돌포와 헤어졌던 미미는 연인의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싶어 기진한 몸으로 로돌포의 하숙방을 다시 찾아옵니다. 하숙 친구들은 두 사람만 같이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죠. 그때 미미가 부르는 노래가 ‘다들 나갔나요(sono andati)?’입니다.

“다들 나갔나요? 자는 척했어요. 둘만 있고 싶어서요.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하지만 바다처럼 커다란 얘기죠. 바다처럼 깊고 끝없는 당신은 내 사랑, 내 삶의 전부예요!”

어떤가요. 모처럼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찬, 밝은 선율이 펼쳐질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아닙니다. 푸치니는 이 노래에서 서글픈 정념을 펼쳐 보입니다. 먼저, 노래는 어두운 단조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한 마디 즉 네 박자마다 저음(베이스)이 한 음씩 떨어집니다. 라, 솔, 파, 미, 레, 도, 시, 라. 딱 한 옥타브가 내려갈 때까지. 선율도 거기 맞춰 똑같이 떨어집니다. 설계도를 그려놓은 듯이 정확합니다. 왜 이런 선율을 썼을까요?

여주인공은 연인과 둘이 있어 기쁘지만 몸은 죽음 일보 전에서 한 발자국씩 무너져 내립니다. 말 한마디 이어가기도 힘에 부칩니다. 한 음씩 가라앉는 이 노래 선율만 들어도 미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친구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면서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주인공 미미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던 푸치니는, 이렇게 애처로운 여주인공의 상황을 정밀한 소리의 시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었겠죠. 이 서글프고도 감동적인 선율은 작품 끝에 미미가 숨을 거둔 후 전 관현악의 총 합주로 다시 나옵니다.

올해 12월에도 전국 각지에서 ‘라보엠’이 공연됩니다. 큰 무대를 꼽으면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5∼8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립니다. blog.daum.net/classicgam/37

유윤종 gustav@donga.com
#라보엠#푸치니#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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