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TV드라마, 재미 아닌 의미를 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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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역사와 경계/고선희 외 지음·한국방송학회 엮음/408쪽·3만5000원/컬처룩

한국에서 TV 드라마는 늘 비난의 대상이었다. 자극적이며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은 초기 TV 드라마부터 현재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장’이라고 무시해도 TV 드라마는 방송의 핵심 장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다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TV 드라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방송학회의 학자 8명이 TV 드라마를 학술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TV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60년대와 1970년대 작품에 주목한 연구가 많다. 조항제 부산대 신문학과 교수는 197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멜로드라마 ‘아씨’ ‘여로’ ‘새엄마’를 중심으로 당시 국가주의 정서가 드라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고선희 서울예술대 극작과 교수는 ‘드라마의 대모’ 김수현 작가의 197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근대성의 문제를 살폈다.

특히 이영미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초빙교수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과 대통령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비교 분석한 내용이 눈에 띈다. 이 교수는 1960, 70년대 사극에 충의효열 같은 가족윤리만 강조됐다면 1980년대에는 정치가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하고 1990년대 이후에는 정치 속 개인에 대한 탐구가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또 2000년대 이후 여성 작가가 사극을 집필하면서 과거 남성 작가들이 주목한 야망과 권력투쟁에서 벗어나 개인의 성장에 주목한 사극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학술논문집의 성격이 강해 쉽게 읽히진 않는다. 다만 사회를 읽는 틀로 드라마를 분석한 것은 흥미롭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역사와 경계#TV 드라마#근대성#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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