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영국이 낳은 대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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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부들의 서툰 요리는 이 나라의 주된 코미디 소재입니다. 영국인의 가정음식 인기도 조사에서도 인도 카레가 수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도 영국은 제이미 올리버를 비롯한 ‘스타 셰프’가 큰 인기를 누리는 나라입니다. 런던에서는 세계 최고의 프랑스 음식, 최고의 이탈리아 음식, 최고의 인도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들 합니다.

영국 음악도 우연인지 상황이 비슷합니다. 런던에만 최상급 오케스트라 5개가 있고 영국 음반 산업은 세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최고 권위와 발행부수의 음악 저널이 자리를 잡은 곳도 런던입니다. 그런데도 영국 음악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 왔습니다. 영국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퍼셀(1659∼1695) 이외엔 대작곡가라 할 인물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19세기 이후 ‘사랑의 인사’ ‘위풍당당 행진곡’의 엘가, ‘푸른 옷소매 환상곡’의 본 윌리엄스, 우리나라 뉴스 시그널 음악으로도 쓰였던 ‘행성’의 홀스트가 나왔지만 역시 세계 톱클래스의 위상은 아니었죠.

그런 영국이 20세기에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 대가가 있습니다. 이름도 브리튼(Britain) 섬을 연상시키는 벤저민 브리튼(Benjamin Britten·1913∼1976·사진)입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소개하는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전쟁 레퀴엠’은 특히 유명합니다.

22일이 바로 그의 탄생 100주년입니다. 영국 각지에서 그를 기리는 음악회와 전시, 축제가 11월을 수놓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브리튼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아 16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루체뮤직소사이어티가 여는 브리튼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 ‘솔 온 더 스트링스’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심플 심포니(간단 교향곡)’를 비롯한 세 곡을 연주합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브리튼도 대음악가의 전통이 빈약한 영국 음악사의 약점을 의식했는지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에서 대선배 퍼셀을 오마주했습니다. 퍼셀 ‘아브델라저’ 모음곡의 ‘라운드’ 주제를 따서 변주곡의 주제로 삼았죠.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주소 링크를 통해 퍼셀의 원곡과 브리튼의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35

유윤종 gustav@donga.com
#벤저민 브리튼#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피터 그라임스#전쟁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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