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 ‘메디아’ 창극으로 태어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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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한아름-연출가 서재형 부부
2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그리스 비극을 창극으로 풀어낸 ‘메디아’. 위부터 메디아 역의 박애리와 그 어린 아들 역을 맡은 송나영, 안연주. 국립창극단 제공
국립창극단이 그리스 비극을 창극으로 풀어낸 ‘메디아’. 위부터 메디아 역의 박애리와 그 어린 아들 역을 맡은 송나영, 안연주. 국립창극단 제공
그리스 비극이 극작가 한아름, 연출가 서재형 부부를 통해 창극으로 태어난다. 국립창극단의 ‘메디아’다. 창극 ‘메디아’는 사랑과 질투에 미쳐 끔직한 패륜을 저지르는 메디아의 한(恨)에 주목한다. 메디아는 남편 이아손을 위해 아버지를 배신하고 동생마저 죽음으로 내몬다. 남편을 위해 시숙마저 살해하지만 남편의 배신으로 분노한 메디아는 끝내 친자식들까지 죽여 이아손에게 복수한다.

메디아는 팜파탈의 대명사로 인식되지만 창극에선 남자의 욕망과 권력 사이에서 파멸해 가는 여인으로 바라본다. 사실 나쁜 쪽은 이아손이라는 것. 전통 창극에서 도창(導唱·창극을 끌고 가는 해설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코러스는 이렇게 노래한다. ‘죄를 짓는 것은 남자, 하지만 벌을 받는 것은 여자.’

메디아로는 베테랑 박애리(36)와 올해 입단한 신입단원 정은혜(29)가 동반 발탁됐다. 네 살짜리 딸을 둔 박애리는 어미의 절절한 심정을 소리로 토해내 대본 연습 때부터 스태프의 눈물을 쏙 빼놨다고. 정은혜도 선배에게 질세라 오기가 창창하다는 것이 국립창극단의 귀띔이다. 나쁜 남자 이아손은 창극 ‘서편제’에서 어린 동호 역을 했던 신입단원 김준수(22)가 맡는다.

서재형 연출과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오페라 ‘아랑’에서 호흡을 맞춘 작곡가 황호준이 작곡과 작창을 했다. 여신동이 디자인한 무대는 박스 형태로 사방 벽에 설치한 핸디캠으로 실황 영상을 촬영, 투사해 심리적 갈등과 변화를 담아낸다. 22∼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5만 원. 02-2280-4114∼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서재형#한아름#메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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