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단언하건대,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개발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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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역설/필립 맥마이클 지음/조효제 옮김/600쪽·2만3000원/교양인

대부분의 나라는 더 잘살기 위한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하지만 늘 한편에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이들이 존재한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8%에 이르는 인도는 고성장 국가다. 하지만 5세 미만 어린이 절반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왜 성장은 불평등할까. 저자의 답은 간명하다. 개발이 통치를 위한 정치적 기획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 교수이자 국제개발 분야 석학인 저자는 개발을 경제논리가 섞인 정치와 권력의 문제로 해석한다. 본격적인 개발 프로젝트는 제국주의시대에 본국의 산업화와 식민지 주민 관리를 위한 통치 프로그램 차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원제는 ‘Development and Social Change’. 역설로 가득 찬 개발과 불평등의 역사를 내밀하게 파헤쳤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지만 성장이 먼저인가, 분배가 먼저인가의 논쟁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 대신 빈곤 퇴치를 목표로 삼는 개발 사례에 숨겨진 정치적 이해관계에 주목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들은 국가 중심의 개발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시도했다. 국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다가 1980년대 들어서는 개별 국가를 뛰어넘어 ‘지구화’라는 큰 이름을 내건 프로젝트들이 시작됐다. 프로젝트의 추진도 인류가 모두 잘살기 위해 민간과 시장 주도로 바뀌고 있다. 또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수식이 붙은 프로젝트다.

책은 주목할 만한 개발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쿠바는 1990년대 도시농장과 해충 퇴치 등을 앞세운 ‘생태적 농장’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 실상 이는 소련이 붕괴해 원유와 농화학 제품, 농기계류의 수입이 중단되는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한국 사례도 소개된다. 1960, 70년대 한강의 기적은 탄압이 심하던 정치 체제와 극단적인 노동환경에 적응력이 높았던 근로자들의 공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개발과 그저 선의를 품고 실천하면 달성할 수 있는 개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개발과 관련한 논쟁들이 학술용어가 아닌 쉬운 단어로 정리됐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거대한 역설#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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