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새 봄에 떠오르는 패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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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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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대담한 프린트, 뉴욕의 봄 물들인다

2008년부터 뉴욕 패션위크에 등장해 아프리카 스타일의 대담한 프린트를 선보이고 있는 수노(SUNO) 컬렉션. 아프리카풍의 모티브를 뉴요커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엘 킴벡 씨 제공
2008년부터 뉴욕 패션위크에 등장해 아프리카 스타일의 대담한 프린트를 선보이고 있는 수노(SUNO) 컬렉션. 아프리카풍의 모티브를 뉴요커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엘 킴벡 씨 제공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패션 세계에서는 벌써 봄이 한창이다. 뉴욕의 백화점과 매장들은 일찍이 겨울 상품들을 정리하고 화려한 봄 컬러들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올해 봄 시즌에는 대담한 프린트를 디자인 요소 전면에 내세운 아이템들이 눈에 많이 띈다. 프린트란 옷의 소재 위에 날염된 무늬를 뜻한다. 에르메스 스카프 위에 펼쳐진 클래식한 마구(馬具)나 베르사체의 메두사 문양 등이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프린트의 대표적 예다.

프린트는 한 브랜드의 심벌로도, 디자인에 통일감을 주는 감초 역할로도 쓰인다. 이전까지는 전통 있는 유럽의 패션 하우스들이 브랜드 특유의 프린트를 개발해 매 시즌 이를 변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면, 최근 들어 젊은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프린트를 새로 개발해 컬렉션에 속속 적용하고 있다.

2009년 베르수스와 컬래버레이션해 화제가 됐던 영국 출신의 신예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은 데뷔 당시부터 자신만의 세계관이 확연히 드러나는 프린트를 컬렉션에 적용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제 그를 대표하는 프린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은하계 문양 ‘갤럭시’ 프린트는 많은 패셔니스타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프린트를 기반으로 컬렉션을 전개한 것이 패션업계에 그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고, 그 결과 올해 초 구치의 모그룹인 PPR그룹이 그의 브랜드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케인보다 조금 먼저 런던의 패션 명문 학교 센트럴세인트마틴을 졸업한 디자이너 조너선 손더스 역시 졸업 당시부터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이 담긴 프린트를 선보여 전문가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현재 밀라노의 패션 브랜드 폴리니의 책임 디자이너로도 활약하는 그는 이제 프린트의 귀재로 부를 법하다.

영국 브랜드인 에뎀 역시 프린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패션 실렉트숍과 백화점 바이어들로부터 큰 찬사를 이끌어 냈다. 터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그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듯한 특유의 프린트들을 내놨다. 여배우 니콜 키드먼, 에마 왓슨을 비롯해 윌리엄 왕세손의 빈인 케이트 미들턴에 이르기까지 이제 두꺼운 VIP 마니아층도 확보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성스럽고 섬세한 프린트가 강점인 프린, H&M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한 매슈 윌리엄슨 역시 프린트에 일가견이 있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자신만의 시그니처 프린트를 구축해 가방업체 이스트팩과 공동 브랜드까지 론칭한 엘리 기시모토 또한 영국을 대표하는 ‘프린트의 마술사’로 불리고 있다.

기하학적인 프린트가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에밀리오 푸치.
기하학적인 프린트가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에밀리오 푸치.
그렇다고 영국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들만 최근 패션업계에 불고 있는 프린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프린트의 대가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두꺼운 팬 층을 가진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다. 특유의 래핑 드레스들 위에 수놓인 기하학적 문양들은 매 시즌 다른 버전으로 선보이며 변주곡을 들려준다.

2008년부터 뉴욕 패션위크에 등장한 수노의 프린트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의 빈티지 직물을 직접 사용하거나 이 직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는 수노의 프린트들은 이국적인 정서를 뉴욕적인 감성으로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 주 태생의 두 친구가 의기투합해 만든 시(Sea)라는 브랜드 역시 최근 뉴욕 패션위크에서 프린트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데뷔한 지 몇 시즌도 안 된 브랜드임에도 현재 바니스뉴욕을 비롯한 많은 패션 부티크와 백화점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시는 전형적인 미국 동부의 클래식한 감성을 소녀적이고 빈티지적인 느낌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한국의 디자이너 이신우 씨가 고구려의 벽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프린트로 파리 컬렉션에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프린트가 전 세계적인 ‘대세’라면 한국의 디자이너들 역시 이 트렌드에 동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엘 킴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조엘 킴벡#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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