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 겨울 브랜드의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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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테러리스트 겨울, 이젠 패션 블루오션의 계절로

방수성이 뛰어난 재킷으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바버’의 광고 이미지. 변덕이 심해진 겨울 날씨에 맞추고 디자인을 강화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는 브랜드로 떴다. 조엘 킴벡 씨 제공
방수성이 뛰어난 재킷으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바버’의 광고 이미지. 변덕이 심해진 겨울 날씨에 맞추고 디자인을 강화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는 브랜드로 떴다. 조엘 킴벡 씨 제공

겨울은 ‘패션 테러리스트’를 양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절이다. 살을 에는 추위 탓에 멋을 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따뜻해지고 싶다는 동물적 본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패션업계에선 스타일리시한 겨울 의류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52년 방한용 텐트와 침낭을 만들던 회사로 역사를 시작한 ‘몽클레르’가 대표적 사례다. 이 브랜드는 방한 의류 전문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초일류 패션 브랜드들이 즐비한 백화점 로열층에 당당히 입점했다.

몽클레르가 패션계에서 ‘명품’으로 취급받는 이유가 단지 비싼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품질 관리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준야 와타나베를 시작으로 톰 브라운까지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컬래버레이션하는 등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고 노력한 결과다. 최근까지 이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몽클레르 V’, ‘몽클레르 R’ 등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몽클레르의 재도약에 공을 세웠던 스태프가 독립해 만든 이탈리아의 다운 점퍼 전문 브랜드, 두베티카(Duvetica)의 선전도 예사롭지 않다. 브랜드 역사는 이제 겨우 10년을 넘긴 정도이지만, 유명 브랜드인 ‘꼼데가르송’과의 협업을 필두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단숨에 몽클레르를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 고급 패딩 열풍을 일으키며 재도약한 ‘몽클레르’ 제품들. 조엘 킴벡 씨 제공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 고급 패딩 열풍을 일으키며 재도약한 ‘몽클레르’ 제품들. 조엘 킴벡 씨 제공


1957년 캐나다에서 탄생한 ‘캐나다 구스’ 역시 200단계에 걸친 공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혹한 덕분에 올겨울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 브랜드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왁싱한 코트로 유명한 브랜드 ‘바버(Barbour)’와 퀼팅 패턴으로 유명해진 ‘라벤햄(Lavenham)’, 그리고 더플코트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글로버롤(Gloverall)’ 등 클래식한 브랜드들이 패션계의 화두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매년 한 번씩 왁스칠만 계속하면 반영구적으로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바버의 재킷은 방수성이 뛰어나면서도 통풍성이 좋아 마니아 층이 두껍다. 1894년 세워진 바버는 뗐다 붙일 수 있는 다양한 부속 아이템들 덕에 변화가 심한 겨울 날씨에 제격이다.

1964년부터 퀼팅된 패딩재킷을 생산해온 라벤햄도 최근 국내의 한 실렉트숍과 협업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라벤햄은 그동안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해 왔다.

한국에서는 ‘떡볶이 코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더플코트의 원조, 글로버롤의 재도약도 간과할 수 없다.

글로버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용 재킷으로 쓰였던 더플코트를 전쟁이 끝난 후 모아 일반인을 위한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후 60여 년간 이 브랜드는 한결같이 더플코트만을 생산해 왔고, 올해 유행에 맞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

이렇게 겨울에 강한 브랜드들이 패션계에서 큰 자리를 차지해 나가고 있는 데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전통만 고집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 나갔다는 점이다. 올겨울, ‘겨울 브랜드’들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듯하다.

조엘 킴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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