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익숙함과 현대의 불안함, 그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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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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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What : 신중국미술’전

‘@What: 신중국미술’전에 나온 먀오샤오춘의 영상작품. 아르코미술관 제공
‘@What: 신중국미술’전에 나온 먀오샤오춘의 영상작품. 아르코미술관 제공
한자가 빽빽하게 쓰인 전형적인 족자 같은데 전혀 독해가 안 된다. 영어로 번역한 한시를 서예필법으로 교묘하게 표현한 쉬빙(徐빙)의 ‘새로운 영문서예필법-춘강화월야’라는 작품이다. 문자를 보면 독해부터 시도하는 관객의 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시각예술의 핵심이 ‘가독성’ 아닌 ‘가시성’에 있음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이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전으로 마련한 ‘@What: 신중국미술’전에 나온 작품이다. 50대 작가 쉬빙부터 신세대 감수성을 대변하는 1980년대생 위안위안(苑瑗)까지 8명이 참여했다. 전통과 맥이 닿으면서도 지극히 서구적인 조형문법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우리가 접해온 중국미술과 달라진, 풍성하고 세련된 시각적 어휘로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불분명하고 양가적 측면을 드러낸다. 먀오샤오춘(繆曉春)의 영상에선 서양의 고전음악과 회화에 중국의 과거와 동시대가 뒤섞여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된 새로운 차원의 시간을 펼친 작품이다. 앞으로 튀어나가려는 코뿔소의 꼬리를 찍어 누른 곡괭이를 표현한 왕웨이(王衛)의 조각은 질주하는 문명의 속성, 이를 제어하기 힘든 상황을 빗댄다. 사회주의 선전용 게시판과 청나라 때 건축양식이 어색하게 공존한 왕웨이의 거울 구조물은 중국의 오늘날을 상기시킨다. 베이징과 서울의 일상을 만화적 드로잉으로 옮긴 원링(溫凌)을 비롯해 리후이(李暉), 쑹이거(宋易格), 천웨이(陳蔚) 등 작가의 작품 속에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담겨 있다.

고원석 큐레이터는 “중국미술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힘들지만 익숙함과 불안함의 공존, 이로 인해 야기되는 미래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에서 한국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3월 31일까지. 02-760-485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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