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지 저게 뭔지 알쏭달쏭? 이야기는 스스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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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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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 ‘노코멘트’전

실제 눈싸움이 아니라 두 인물을 무작위로 연계한 최기창의 2채널 작품 ‘Eye contact(아이 콘택트)’. 서울대미술관 제공
실제 눈싸움이 아니라 두 인물을 무작위로 연계한 최기창의 2채널 작품 ‘Eye contact(아이 콘택트)’. 서울대미술관 제공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봐도 어떤 내용인지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는다. 알쏭달쏭한 이야기, 조각난 정보들, 분열된 이미지가 결합된 작품들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미술관의 ‘No comment(노코멘트)’전은 이런 불친절함으로 관객의 적극 참여를 유도한다. 어차피 작가들이 자기 머릿속에 흐르는 순간의 의식을 표현한 작품들인데 그 속을 분석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무모할 뿐. 그 대신 관객 마음대로 의미를 재조합하거나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등 능동적 재미와 자유를 허용하는 전시다.

뉴미디어시대에 변화하는 사고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에선 시각과 촉각, 시각과 청각의 어긋남을 체험하게 된다. 일상의 물건에 인쇄된 활자를 이어 붙여 독특한 텍스트를 완성한 오재우, 생각의 연결 과정과 단절을 연속적 드로잉으로 드러낸 유승호, 흰 큐브의 그림자가 빛의 각도에 따라 왜곡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문준용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최기창의 2채널 영상 ‘Eye contact(아이 콘택트)’에선 마주 보는 화면에 등장한 인물들이 눈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는 무작위로 연결한 화면으로 세상의 불가해함, 이유 없는 우연성을 일깨운다. 영국 출신 줄리아 포트의 영상작품은 종말론적 시대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 질서와 혼돈 사이의 경계를 오간다. 얼핏 보기엔 귀여운 이미지 같은데 절단된 몸과 해골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혼란을 준다.

이 밖에도 김혜란, 노재운, 손정은, 제임스 피터슨, 토머스 힉스, 빈센트 모리셋 등 15명이 참여했다. 해체된 이미지와 비논리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은 미완성처럼 보이면서도 흡인력을 지녔다. 2월 17일까지.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노코멘트#아이 콘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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