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찌아찌아 한글학당부터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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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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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문화부 기자
김윤종 문화부 기자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한 적이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교과서에 실린 겁니다.”

1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이날 브리핑에서 문화부 국어정책과 관계자는 “검정교과서 고등학교 국어(상) 1권, 국어(하) 4권 등에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 ‘문자가 없어 소멸할 위기에 처한 찌아찌아어’로 나와 있는데 이는 오류”라고 밝혔다. 그동안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는 사실에 문화적 자부심을 느껴왔던 기자는 물론이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당황스러울 얘기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2009년 8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문자로 사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국내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누구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는 사단법인 훈민정음학회 측 발표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공용어 및 고유 문자가 없는 지방어를 모두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다. 한글을 공식 문자 체계로 도입하는 방안은 승인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0년 찌아찌아족이 공식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는 한국 측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기까지 했다. 찌아찌아족은 한글 보급 단체 측 권유에 따라 한글을 로마자와 다른 또 다른 표기문자로 사용해 온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사실이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사례’로 강조되면서 한글이 찌아찌아족의 공식 문자로 채택된 것처럼 탈바꿈한 것이다. 문화부 김혜선 국어정책과장은 “1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오류 시정 권고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전 훈민정음학회 관계자는 “찌아찌아족이 속한 바우바우 시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또 다른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는 뜻이었는데 잘못 확산됐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글의 우월성을 지나치게 부각하려다 보니 일어난 촌극”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자 역시 다른 나라에서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여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던 점을 반성한다. ‘내 안의 막연한 자민족 문화 우월주의’가 없었는지도 생각해 볼 기회가 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글의 ‘공식’ 채택 여부가 아니다. 이미 많은 찌아찌아족 아이들이 한글을 배워 사용하고 있다. 그들의 다음 세대에 한글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한글을 학습하는 데 들인 이들의 시간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이며 이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현재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가 운영하던 ‘세종학당’은 운영이 중단돼 아이들은 한글을 배울 공간마저 잃은 상태다. ‘한글 공식 문자 채택’이란 화려한 허울보다는 이미 한글이 전해진 이곳을 위해 교육공간부터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김윤종 문화부 기자 zozo@donga.com
#찌아찌아족#한글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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