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절정, 푸른 빛… 국립중앙박물관 ‘천하제일 비색청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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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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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보물 350점 총망라 12월 16일까지 전시

[1] 국보 95호인 청자투각칠보문향로. 양각과 음각, 투각(묘사할 대상의 윤곽만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을 파서 구멍을 내는 기법), 상감, 첩화(덧붙이는 것) 등 다양한 장식기법을 절묘하게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 국보 61호인 청자어룡형주자. 12세기에 만들어진 주전자로 몸체와 손잡이, 뚜껑 등 모든 부분을 이용해 어룡(魚龍)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3]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통하며 교과서에도 실려 친숙한 국보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상감 기법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간송미술관 제공
[1] 국보 95호인 청자투각칠보문향로. 양각과 음각, 투각(묘사할 대상의 윤곽만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을 파서 구멍을 내는 기법), 상감, 첩화(덧붙이는 것) 등 다양한 장식기법을 절묘하게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 국보 61호인 청자어룡형주자. 12세기에 만들어진 주전자로 몸체와 손잡이, 뚜껑 등 모든 부분을 이용해 어룡(魚龍)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3]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통하며 교과서에도 실려 친숙한 국보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상감 기법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간송미술관 제공
“그들의 풍습은 음식을 아끼되 거처를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꿩이 나는 듯한 화려함에 용마루는 잇달아 붉고 푸른빛으로 장식했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의 한 구절이다. 고려인들은 집 꾸미는 취미가 남달랐던 것 같다. 이들은 청자로 만든 기와와 자판(磁板·문양 등을 새겨넣은 장식용 판), 연봉(연꽃 봉오리처럼 만든 장식)을 사용해 집을 치장했다. 상상해보라. 맑고 투명한 담녹색(淡綠色) 청자 기와가 햇살에 반짝이는 집.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2월 16일까지 열리는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은 고려청자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다. 박물관이 1989년 개최한 ‘고려청자명품’전 이후 23년 만에 마련한 고려청자 특별전으로 국보 18점, 보물 11점 등 최고급 청자 350여 점을 전시한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고려청자 2점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중국 송나라 학자인 태평노인(太平老人)이 지은 것으로 전하는 ‘수중금(袖中錦)’에서 천하제일의 물품 중 하나로 ‘고려비색(高麗秘色)’을 꼽은 데서 따왔다. 여기서 비색은 고려청자의 푸른빛(翡色)을 표현하는 말이다. 당시 고려청자가 중국의 송 청자를 제치고 최고의 아름다움을 지닌 자기로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전시는 4부로 이뤄졌다. 1부 ‘고려청자의 시작과 전개’는 고려에서 청자를 만들기 시작한 10세기부터 절정기인 12세기, 빛깔과 형태가 쇠락한 14세기까지 시기별 작품을 두루 선보인다. 2부 ‘청자, 고려를 보는 창(窓)’에선 음식과 여가 문화, 종교 및 장례 의식 등에서 청자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 용기로 사용된 청자 유병(油甁·머릿기름을 담는 병)과 합(盒), 상자 등에선 당시 귀족층 여성들의 화려한 삶을 짐작할 수 있다. 3부 ‘창조성의 발현, 상감(象嵌)’은 고려청자만의 도자 장식 기법인 상감을 집중 조명한다.

1∼3부를 통해 고려청자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았다면 이번 전시의 정수인 4부 ‘천하제일을 말하다’에서 고려청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빠져 보자. 예나 지금이나 천하제일로 꼽을 만한 명품 청자 22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은 고려 사람들의 서정성과 화려한 문화가 정교한 상감 기술로 표현된 작품이다. 1935년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본으로 팔릴 뻔한 이 청자를 당시 돈으로 2만 원, 기와집 스무 채 값으로 인수했다고 한다.

최고의 명품 청자에 눈이 호사를 누릴 법하지만 대중의 눈높이를 감안할 때 전시 내용이 다소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자녀와 함께 방문한다면 자원봉사자의 전시 설명 서비스(평일 오전 10시 11시, 오후 2시 3시 등 4회. 토요일 오전 10시 11시 등 2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3000원. 02-2077-9499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천하제일 비색청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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