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앗, 캄캄해… 얘들아 그림자놀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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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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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리는 한여름의 푸른색을 뒤로하고 곧 총천연색으로 물들 것이다. 잠시 그 화려한 색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빛을 잃은 세상을 맞게 되고 회색빛 하늘, 그리고 가끔은 하얀색으로 변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늘 보면서도 잊고 지내는 색이 있다. 까만색이다. 아이들을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까만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림책들이 있다.

‘앗 깜깜해’(존로코 지음·다림)는 우리가 잊고 있는 까만 밤의 세계가 주는 특별한 선물을 깨닫게 해준다. 책을 열면 네모난 아파트 단지에 네모난 불빛이 가득한 장면이 양쪽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캄캄함 속에 놓이게 된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은 방안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장난도 치고 옥상에 올라가 까만 밤하늘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별빛과도 눈을 맞춘다.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길거리로 나가 공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한다. 캄캄한 밤이 문명의 이기에 빼앗겼던 사람의 온기를 되찾게 해주고 밤이라는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브루노 무나리 지음·비룡소)는 표지를 장식하는 까만색과 블루의 조화가 강렬해 눈길을 끈다. 책을 열면 책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 독특한 세계가 펼쳐진다. 깜깜한 밤에 조그만 책 한가운데를 지나는 반딧불의 움직임을 좇다보면 풀숲을 지키는 다양한 생명체들을 보게 된다.

또 그들이 인도하는 동굴 속을 들어가면 온갖 벽화와 선사시대 흔적들도 만난다. 간결한 글, 자유로우면서 감각적인 이미지, 입체적 구성, 다양한 종이의 질감들, 그것들과 어우러진 환상적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메네나 코틴 지음·고래이야기)은 까만 바탕색에 텍스트는 흰 글자인 그림책이다. 여기에 점자가 함께 제시된다. 그림은 부조 형식으로 종이에서 위로 약간 올라와 있어서 눈을 감고 손끝으로 그림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인 토마스라는 소년이 다양한 색깔들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내가 어떻게 색깔을 느끼는지 들어볼래?’하면서 말이다. 색깔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시적인 언어로 묘사된다. 노란색은 코를 톡 쏘는 겨자 맛이고…. 가장 놀라운 반전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색깔을 안내하는 소년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까만색 하나만으로도 넘치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조월례 아동도서평론가
#어린이 책#그림자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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