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 남자들, 멋스러워졌지만 양념 부족한 느낌

  • 동아일보

■ ‘레옹’의 伊 패션 아이콘 지롤라모 판체타 씨

레옹 코리아 제공
레옹 코리아 제공
“어느 모임에서 검은색 넥타이를 하고 와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영국 사람들은 반드시 검은 넥타이를 하고 가요. 이탈리아 남자들은? 검은색에 화려한 무늬가 있는 넥타이라든지, 검은색에 가까운 넥타이를 매치할 걸요.”

일본에서 ‘레옹족’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남성패션잡지 레옹의 아이콘 지롤라모 판체타 씨(50·사진)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주변과 차이를 두지만 그것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정도로 입을 줄 아는 게 이탈리아 남자”라며 “옷을 가지고 놀 줄 알고 즐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체타 씨는 2001년 일본에서 레옹이 창간할 때부터 표지모델로 활동하며 이탈리안 스타일을 일본 남성들에게 전파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한다. 올 초 한국에도 레옹이 나오면서 최근 LG패션의 이탈리안 캐주얼 브랜드 ‘일 꼬르소 델 마에스트로’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가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른 계기가 재밌다. 그는 15년 전 일본 NHK의 이탈리아어 강좌 강사였다. 판체타 씨는 “영어처럼 인기 있는 강좌가 아니어서 예산 문제로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는데 그게 기회가 됐다. 스스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패션이 주목을 끌면서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졌고, 레옹과 패션 관계자들이 모델로 섭외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이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이탈리아 강좌 시청률이 영어와 프랑스어를 제치고 외국어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판체타 씨는 이탈리안 패션을 전통과 새로운 것이 섞인 조화라고 본다. 매너를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는 이탈리아 남자들과는 달리 프랑스, 영국의 남자들은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넥타이핀이나 양말, 행커치프 등 아이템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면 자칫 딱딱하고 무겁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1, 2회 촬영차 한국에 오는 판체타 씨는 “자신을 꾸미는 한국 남자들이 많아지는 걸 느낀다. 다만 멋이 지나치거나 부족해 아쉬운 스타일이 종종 눈에 띈다”며 “음식으로 치면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 양념 조절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그런 부분만 잘 메워진다면 멋쟁이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슬림한 이탈리아 패션을 소화하려면 결국 뱃살을 줄이는 길밖에 없는 것일까? 그는 몸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판체타 씨는 “직업 모델도 아닌데 끼니를 거르면서 괴로운 다이어트를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옷을 입고 즐거우려면 자신의 사이즈에 맞게 옷을 소화할 수 있으면 된다. 귀찮더라도 많이 입어보고 시도해보며 자신의 사이즈를 찾는 것이 이탈리아 패션을 잘 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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