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주류, 그의 소감은 ‘아리랑’ 한곡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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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피에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세계 3대 영화제서 한국 첫 최고賞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은 예고된 것이었다.

시상식 전 이미 ‘피에타’는 비공식 상을 휩쓸었다. 현지 18, 19세 관객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에 이어 이탈리아 온라인 영화매체 기자들이 뽑은 ‘골든 마우스상’, 이탈리아 유명 작가를 기리는 ‘나차레노 타데이상’ 등 3개의 상을 탔다.

현지 언론과 관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3일 열린 기자시사회에서는 이례적으로 10여 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영화제 소식지인 ‘베뉴스’도 ‘피에타’를 전면에 소개했다. 외신들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한국의 영화가 베니스를 뒤흔들었다” “김기덕의 충격적인 새 영화가 공개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피에타’의 수상 분위기는 점차 고조됐다. 6일 AFP통신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가 암울한 인간의 도덕성에 관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서 ‘피에타’를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더 마스터’와 함께 가장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꼽았다. 7일 로이터통신은 “김기덕 감독이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이슈를 모은 만큼 황금사자상의 유력한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올해 마르코 뮐러 씨에서 알베르토 바르베라 씨로 교체된 것도 수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바르베라 씨는 2000년 당시 집행위원장을 맡아 ‘섬’을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하면서 김 감독을 세계 영화계에 알린 인물이다.

이 영화제의 위상 하락도 한국 영화에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고(最古) 영화제로 권위를 지켜온 베니스는 2000년대 들어 칸, 베를린 영화제에 밀리며 ‘3대’라는 타이틀마저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화제 측은 집행위원장을 교체하며 위상 회복에 나섰고,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 영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베니스 영화제가 7년 만에 한국 영화를 경쟁부문에 초대했고 ‘피에타’ 외에도 한국 작품 모두 상을 탄 것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유민영 감독의 ‘초대’는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오리촌티’ 부문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에 주는 ‘오리촌티 유튜브상’을,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전규환 감독의 ‘무게’는 ‘퀴어 라이언’상을 받았다.

‘피에타’의 주연 배우 조민수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유력했지만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 다른 주요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아쉽게 탈락했다고 관계자와 외신들은 전했다. 영화 투자배급사 뉴는 “심사위원 및 영화제 관계자들이 폐막식 뒤 피로연에서 ‘조민수의 여우주연상은 만장일치였다’고 전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의 감독상(은사자상)은 ‘더 마스터’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더 마스터’의 와킨 피닉스와 필립 시모어 호프먼, 여우주연상은 ‘필 더 보이드’의 이스라엘 여배우 하다스 야론이 차지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파라다이스: 믿음’을 연출한 오스트리아의 울리히 자이들 감독, 각본상은 ‘섬싱 인 디 에어’의 각본을 쓴 프랑스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받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기덕 감독#피에타#베니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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