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예술세계… 관객의 눈은 어디로 꽂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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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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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발표 앞둔 ‘올해의 작가상 2012’ 최종 후보 4인(팀) 전시회

임민욱 씨는 방송사의 뉴스스튜디오를 통해 이데올로기와 미디어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위). 김홍석 씨의 작품은 동일한 작품으로 이뤄진 세 개의 방에서 세 명의 안내인이 각기 다른 설명을 들려준다(아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임민욱 씨는 방송사의 뉴스스튜디오를 통해 이데올로기와 미디어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위). 김홍석 씨의 작품은 동일한 작품으로 이뤄진 세 개의 방에서 세 명의 안내인이 각기 다른 설명을 들려준다(아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경기 과천시의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올해의 작가상 2012’전은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40대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내공을 한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올해의 작가’를 선정했던 방식을 개편한 뒤 처음 여는 전시로, 국내외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이수경(49) 김홍석(48) 임민욱 씨(44)와 전준호(43)·문경원 씨(43) 등 4개 팀이 후보로 선정됐다. 이들은 각 전시실을 한 개의 프로젝트로 구성한 개인전 형식으로 신작을 선보였고 이에 대한 최종 심사를 거쳐 10월 말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미술관이 선발한 ‘국가대표급’ 작가들답게 전시 내용이 묵직하다. 임민욱 씨는 뉴스가 진행되는 방송사 공간을 재현해 이데올로기와 미디어 역할을 살펴보고, 김홍석 씨는 3개의 방에 놓인 같은 작품을 3명의 안내인(도슨트)이 다르게 설명하는 ‘행위’ 자체를 작품으로 내놓았다. 이수경 씨는 깨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붙인 오브제와 정밀한 드로잉으로 ‘같으면서 다른’ 대칭의 관점을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했고, 전준호 문경원 씨는 인간의 창조성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진중하게 되묻는 평면 조각 영상작품을 내놓았다. 최은주 학예팀장은 “이미 다 평가받은 작가들이 최고의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이자 이들이 꿈꾸는 새로운 변화를 엿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국과 불안을 읽다


‘절반의 가능성’을 주제로 한 임 씨의 전시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오열하는 영상을 나란히 보여준다. 같고도 다른 이들의 모습에서 거대한 연극무대를 떠올린 작가는 체제 유지를 위한 미디어의 역할을 탐색했다. 남북 관계부터 핵 재앙까지 우리 앞에 닥친 파국의 상황을 제시한 전시는 보통 사람들이 뉴스의 일방적 수용자가 아닌, 뉴스를 전달하는 주체가 될 수 없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금박으로 붙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번역된 도자기’로 알려진 이 씨는 흙이 뜨거운 불을 만나면서 탄생한 도자기에서 심리적 억압과 불안을 읽어냈다. 이 작업의 연장선에서 선보인 ‘쌍둥이 성좌’ 프로젝트는 양손잡이란 작가 자신의 특성을 활용한 작업이다. 작가는 쌍둥이처럼 닮은 회화와 설치작품을 통해 나와 타자의 관계도 불안과 긴장이 아니라 ‘하나이면서 둘인’ 대칭적 이미지로 접근해 보도록 권유한다.

예술의 본질을 묻다


이수경 씨는 깨진 도자기를 금박으로 붙인 설치작품과 완벽한 대칭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위). 전준호 문경원 씨는 정보를 삭제한 국내외 비엔날레의 전시포스터를 제시해 예술의 가치를 묻는다(아래).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이수경 씨는 깨진 도자기를 금박으로 붙인 설치작품과 완벽한 대칭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위). 전준호 문경원 씨는 정보를 삭제한 국내외 비엔날레의 전시포스터를 제시해 예술의 가치를 묻는다(아래).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알쏭달쏭하게 보이는 현대 미술을 미술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적 합의란 무엇일까.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김 씨는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이란 작품에서 이 질문을 돌아보았다. ‘노동의 방’ ‘은유의 방’ ‘태도의 방’에 차례로 들어서면 3명의 안내인이 같은 작품을 다른 관점으로 설명한다. 돈, 노동, 미학적 논리 등 한 작품에 숨겨진 여러 겹의 이야기를 부각한, 각기 다른 설명이 핵심적 작업이다.

전 씨와 문 씨는 올해 카셀 도쿠멘타에 선보인 공동작업에 연계하여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외 비엔날레의 포스터에서 문자와 정보를 깡그리 지워낸 작품들, 비생산적 행위인 예술의 본질과 가치는 무엇인지를 추적한 영상 등이 어우러지며 ‘예술은 인간 인식의 변화를 위한 기획’이라는 생각을 들려준다.

전시는 주제에서 풀어내는 방법까지 4팀 4색 개성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공통된 시대의식을 바탕으로 지금 여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각기 다른 질문으로 제기한 점에서 흥미롭다. 11월 11일까지. 5000원.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미술#전시#올해의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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