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믿기지 않는 ‘3일 연습’의 성과

  • Array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관령 뮤직텐트 뒤흔든 ‘천지창조’ ★★★★☆

27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내 뮤직텐트에서 울려 퍼진 하이든의 ‘천지창조’. 텐트 안에서 천지가 진동하고, 아담과 이브가 사랑을 속삭였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27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내 뮤직텐트에서 울려 퍼진 하이든의 ‘천지창조’. 텐트 안에서 천지가 진동하고, 아담과 이브가 사랑을 속삭였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대관령의 서늘한 밤, 축음기 나팔 모양을 본뜬 흰색의 ‘뮤직텐트’가 불을 환히 밝혔다. 올해 9회째를 맞는 대관령국제음악제(GMMFS)에서는 27일 1300석 규모의 뮤직텐트가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는 600석 규모의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음악제를 꾸려왔다.

뮤직텐트는 투명한 유리벽체와 나무 재질의 무대를 갖춘 다목적 공연장. 기존 콘서트홀과 달리 벽을 열어 야외공연장 분위기가 나도록 사용할 수 있지만, 객석에 냉난방 장치가 없고 많은 좌석에 등받이가 없어 장시간 공연에는 관객이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음악제의 예술감독인 정명화 정경화 자매는 뮤직텐트에서의 첫 무대 프로그램으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선택했다. 관객이 숨죽인 가운데 지휘자 성시연과 페스티벌 악단인 GMMFS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뽑아 올린 선율은 애국가였다. 연주가 끝난 뒤 성시연은 “공연장 완공 후 첫 음악회인 만큼 애국가를 연주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천지창조는 성시연의 역량을 한껏 증명해보인 무대였다. 소프라노 임선혜와 테너 김우경, 바리톤 니콜라이 보르체프 등 솔리스트 3명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빚어낸 절묘한 하모니가 텐트 안을 가득 채웠다. 3일이라는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연주 시간이 1시간 50분에 이르는 장대한 작품은 관객의 눈과 귀를 시종일관 팽팽하게 끌어당겼다. 바이올리니스트 배익환(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이 악장을 맡고, 비올리스트 장중진(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박상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중견 음악가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생으로 구성된 악단의 솜씨라곤 믿기지 않았다.

세 명의 솔리스트는 천사 가브리엘과 우리엘, 라파엘로 등장해 창궁과 물, 산과 강, 해와 달과 별, 물고기와 새, 인간의 탄생까지 6일에 걸쳐 이뤄진 천지창조의 광경, 낙원에서 노니는 아담과 이브를 노래했다. 우리엘 역할을 한 김우경의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미성(美聲)이 돋보였다. 가브리엘과 이브를 맡은 임선혜는 청아하면서도 산뜻한 음색으로 관객을 즐겁게 했으나 라파엘과 아담 역의 보르체프는 목이 잠긴 듯했다.

1부에는 텐트 안의 열기로 뒷문을 열어놓아 노랫소리가 웅웅거렸고 바깥 소음이 들어오기도 했다. 솔리스트들의 요청으로 문을 모두 닫은 채 진행한 2부에서는 울림이 좀더 안정됐다. 임선혜는 “천지창조는 뮤직텐트 첫 공연이라는 의미와도 잘 맞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오라토리오이기도 해서 무척 뜻깊었다”고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8월 11일까지 이어진다.

평창=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음악#클래식#공연#대관령국제음악제#천지창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