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거실에서… 소수정예 팬들과 눈맞춤 소통 新살롱문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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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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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가수 박정현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소속사 건물 옥상에 모인 관객 40명 앞에서 미니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살롱문화’라 할 수 있는 소규모 문화현장을 통해 저자나 연주자와 문화 소비자는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예술적, 지적 욕구를 채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2일 오후 가수 박정현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소속사 건물 옥상에 모인 관객 40명 앞에서 미니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살롱문화’라 할 수 있는 소규모 문화현장을 통해 저자나 연주자와 문화 소비자는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예술적, 지적 욕구를 채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자택 거실에서 공연하고 있는 가수 이한철(위), 페퍼톤스의 봄소풍 콘서트(가운데), ‘세상에서제일작은한평극장’에서 열린 연극 공연.
자택 거실에서 공연하고 있는 가수 이한철(위), 페퍼톤스의 봄소풍 콘서트(가운데), ‘세상에서제일작은한평극장’에서 열린 연극 공연.
12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티엔터테인먼트 사옥 옥상. 빌딩 숲을 배경으로 관객 40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가수 박정현도 객석 앞 간이의자에 앉았다.

무대는 아예 없고 박정현의 눈높이는 객석의 시선보다 낮았다. 그는 새 앨범 타이틀 곡 ‘미안해’를 비롯해 신곡들을 부르며 음반 제작 과정에 얽힌 뒷얘기를 관객들에게 조근조근 들려줬다. 김동훈 음향감독에 따르면 이날 콘서트의 음량은 대극장의 50분의 1, 소극장의 20분의 1 수준이었다. 1시간의 공연을 마친 박정현은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방송이나 대형 콘서트에선 불가능한 세세한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소속사 티엔터테인먼트의 강지훈 이사는 “비슷한 개념의 소규모 디너쇼 개최도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관객 김세호 씨(22)는 “가수와 눈을 마주치며 특별한 교감을 나눈 느낌”이라면서 “오늘 찍은 사진과 후기를 페이스북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에피톤프로젝트는 팬 80명을 데리고 7일 강원 평창의 복합문화공간 감자꽃스튜디오로 ‘소풍’을 떠났다. 그는 자신이 선곡한 여행음악 12곡을 팬들과 함께 들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한철의 자택 거실 콘서트, 윤종신의 겨울 카페 콘서트, 페퍼톤스의 봄소풍 콘서트 등을 기획해온 우승현 NHN 뮤직서비스팀 부장은 “소규모 대면 문화 체험은 아티스트와 팬이 밀접하게 교감하고, 다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다는 점에서 힘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중문화 소통방식 각광

이처럼 문화생산자가 소수정예의 문화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문화를 향유하는 ‘신(新)살롱문화’가 새로운 대중문화 소비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량생산된 문화를 불특정 다수가 대량으로 소비하던 20세기형 대중문화 향유 방식에서 벗어나 소수의 지식인과 예술인, 부르주아끼리 모여 토론하고 예술을 즐기던 18세기 프랑스식 살롱문화로 회귀하고 있는 셈이다.

신살롱문화는 SNS와 인터넷 카페를 통한 피상적 소통에서 벗어나, 예술가나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한자리에서 눈을 맞추고 깊이 소통하길 원하는 문화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살롱문화에서는 ‘선택받았다’는 만족감을 얻는 문화소비자와,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는 소수의 팬과 소통하려는 예술가의 욕구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75m²(약 23평) 규모의 재즈바 ‘옐로우재킷’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하우스콘서트를 매달 열고 있다. 이 재즈바를 운영하는 남무성 재즈평론가는 “50여 명의 관객과 국내 정상급 재즈 연주자들이 음악과 대화를 나눈다”며 “강의보다 자유롭고 대형 콘서트보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소통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의 ‘하우스콘서트’가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연극계에서도 서울 광화문 근처 76m²(약 23평)짜리 오피스텔에서 최대 관객 20명을 대상으로 연극을 하는 ‘세상에서제일작은한평극장’이 문을 열었다.

출판계에서도 신간 출간 기념 마케팅의 하나인 ‘저자와의 만남’을 기존 대형 강의 방식과 달리 30명 이내의 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추세다. 특히 독자들이 책의 배경이 된 현장을 저자와 함께 둘러보는 이벤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소설가 김별아는 올해 초 독자 20여 명과 함께 신작소설 ‘채홍’의 무대인 경복궁을 거닐고 저녁식사를 함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산행에세이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출간 기념으로 독자 10명과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한길사는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 출간 기념으로 독후감을 모집 중이다. 뽑힌 독자 10명은 김 교수와 함께 다음 달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에 답사를 간다.

○ 참여후기 SNS 통해 확산 효과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소수의 독자가 참여하더라도 참여 후기가 SNS와 블로그를 통해 확산되면 출판사나 작가로서는 저비용으로 큰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특히 이벤트의 재미와 독창성, 공익성이 클수록 효과도 크다”고 분석했다.

신살롱문화는 다른 상품에 비해 창작자의 입지가 큰 문화상품의 마케팅 방식이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른 상품시장이 이미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어울리는 대중마케팅에서 벗어난 것과 같은 흐름이다. 문화상품의 마케팅도 특정 고객을 겨냥한 표적마케팅,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고객관계관리(CRM)를 넘어 고객이 충성심을 유지하도록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장기 관리하는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김지민 인턴기자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신살롱문화#문화상품#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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