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3000여개 불밝힌 비스트 ‘로즈봉’… 억 소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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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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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시장 재편하는 MD상품의 진화

“너희가 넘어져서 무릎이 긁히면 내가 도와줄게. 사랑해. 내가 필요할 땐 여러분이 내게 밴드를 붙여줘.”

지난달 20일 내한한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 트위터 팔로어 2300만 명, 페이스북 팬 5000만 명을 거느린 그는 22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렸다. 첨부한 사진에는 그가 드레스로 입어 화제를 모은 생고기 무늬 소독용 밴드가 올라왔다. 이 밴드는 그가 최근 새롭게 개발한 기념품(MD·상품을 뜻하는 ‘Merchandise’에서 온 말)이다. 25일에는 자신의 모습을 새긴 라운드 티셔츠, 이튿날에는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 넣은 귀여운 도시락통 사진을 올렸다.

21세기 들어 음악시장이 재편되고 음반·음원 수익이 줄면서 가수들은 콘서트와 함께 MD 판매를 통한 부가 수익 창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MD란 연예인이나 소속 기획사가 직접 외주 제작을 의뢰하고 유통하는 연예인 관련 기념상품을 말한다. 초상권 사용을 허가해주고 로열티를 받는 라이선스 상품도 포함한다. 해외로 활동 반경을 크게 확대한 한류 스타들도 최근 MD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 콘서트 응원봉도 아이폰식 버전 업

한류 스타의 MD시장은 최근 몇 년 새 폭증했다. 국내 연예기획사 전체 매출의 10% 수준에 육박했다. 업계에선 국내 MD시장을 연간 3000억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한류스타 MD의 기본이자 수익 일등공신은 콘서트장에서 흔드는 형광 응원봉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연장 앞 좌판에서 파는 막대형 민무늬 응원봉이 전부였다. 그러나 아이돌 팬덤이 커지고 가요 기획사의 팬 관리가 체계화되면서 응원봉은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도깨비방망이’가 됐다.

남성 아이돌그룹 비스트가 속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2월 공식 형광 응원봉을 내놓았다. 통칭 ‘로즈봉’으로 통하는 모델명 ‘X001’은 연속 점등과 점멸, 사이키의 세 가지 발광다이오드(LED) 형광 효과가 가능하다. 판매가는 개당 1만5000원. 안효진 큐브엔터테인먼트 팀장은 “기획 제작에 몇 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틀간 관객 2만3000명이 운집한 3월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 공연에서 거의 모든 관객이 ‘로즈봉’을 사서 켜 들었다.

이들 형광 응원봉은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왕관봉’이라 불리는 빅뱅의 공식 응원봉은 ‘ver.3’가 최신(1만3000원)이다. ‘ver.3’는 불빛 강도와 손잡이의 감촉을 개선했다. 트럼프 모양의 로고를 넣은 2NE1 응원봉도 지난해 말 두 번째 버전이 나왔다.

○ ‘이문세 오르골부터 윤아 베개 커버까지’

응원봉뿐 아니라 최근에는 휴대전화줄, 마우스패드, 공책, 컵 등의 스테디셀러 외에도 기발한 ‘신상’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소녀시대는 지난해 앨범 ‘더보이즈’를 내놓으면서 앨범 표지와 같은 디자인의 케이스에 동전 모양의 초콜릿을 담은 ‘소시 초콜릿’을 출시했다. 멤버 윤아의 얼굴 사진을 베고 잘 수 있는 베개커버도 냈다. 슈퍼주니어는 콘서트 로고가 디자인된 접착테이프와 이어폰 줄감개를 내놨다. YG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쇼핑몰 ‘YG이숍’에서만 61종의 상품을 팔고 있다.

평범한 상품에도 멤버들의 체취를 더해 소장가치를 높인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남성그룹 초신성은 손잡이에 멤버들의 손자국을 음각으로 새긴 머그컵을 4500엔(약 6만3000원)에 내놨는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중견 가수도 뒤지지 않는다. 4월까지 1년간 국내외를 순회한 이문세 콘서트에서는 오르골이 판매됐다. 뚜껑을 열면 ‘그대와 영원히’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이 제품은 3만5000원에 판매됐다.

○ 에릭 클랩턴, 팻 매스니도 군침 흘리는 MD

레이디 가가의 경우에서 봤듯이 해외 스타들도 체면을 내려놓고 MD 마케팅에 뛰어든다. 지난해와 올해 내한한 에릭 클랩턴과 팻 메스니는 투어 한정 티셔츠부터 서명을 새긴 기타 피크까지 다양한 MD를 비행기에 싣고 왔다. 공연기획사 나인엔터테인먼트의 나윤경 과장은 “좋은 MD를 사려고 콘서트가 시작되기 한두 시간 전에 공연장을 찾는 팬들도 있다.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에선 MD 매출이 티켓 매출의 5%에 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중음악시장에서 전설적인 MD로는 롤링 스톤스의 ‘혓바닥 로고’가 꼽힌다. 아티스트 MD 사업체 브라바도의 국내 배급사인 유니버설뮤직코리아는 이들의 혓바닥 로고가 관련 상품으로 공식 경로로만 5000억 원 이상 번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에선 배용준을 모델로 한 곰인형 ‘준베어’가 일본을 겨냥한 대표 스테디셀러다. 2005년 이후 다양한 버전을 선보이며 연평균 3억 원어치씩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초상권을 도용한 불법 MD의 대량 유통은 골칫거리다. 한류 관련 MD상품 가운데 불법제품이 80% 선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 한류 MD상품 공식 수출업체 인터라인을 보유한 이종훈 인터애드 대표는 “불법제조사들이 서울 남대문시장과 명동에서 불법상품을 제작해 수출까지 하는 상황이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MD시장#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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