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간 ‘한국의 햄릿’ 매진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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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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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남미 첫 초청공연… 커튼콜마다 기립박수

8일 콜롬비아 보고타의 콜수브시디오 극장에서 ‘햄릿’ 공연이 끝난 뒤 연희단거리패 배
우들이 기립박수와 사인 공세를 한껏 즐겼다. 김병호 씨 제공
8일 콜롬비아 보고타의 콜수브시디오 극장에서 ‘햄릿’ 공연이 끝난 뒤 연희단거리패 배 우들이 기립박수와 사인 공세를 한껏 즐겼다. 김병호 씨 제공
“정말 굉장했어요. 많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공연을 봤지만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셰익스피어 공연은 처음입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콜수브시디오 극장에서 8일(현지 시간) 연희단거리패의 ‘햄릿’ 공연을 본 산드라 로드리게스 씨(31)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배우 겸 공연 프로듀서인 그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문화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데 공연을 보고 나니 큰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보고타에서 열린 남미 최대의 공연예술제인 제13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공연 축제에 공식 초청받아 총 5회 공연을 한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은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날 오후 6시 마지막 공연에는 1000석 규모 공연장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연출가 이윤택 씨는 “세계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해 봤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관객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매 공연 커튼콜 때마다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희단거리패는 11일 콜롬비아의 사립 명문인 로스안데스대 야외공연장에서 1회 특별공연을 마지막으로 남미에서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988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이베로 아메리카노 축제는 남미대륙의 공연 축제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예산이 소폭 줄었는데도 3월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해외 33개국 65개 단체, 콜롬비아 180개 단체가 22개 극장, 15개의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축제 조직위원장인 아나 마르타 씨는 7일 햄릿 공연이 끝난 뒤 관객 앞에서 이윤택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미국 배우인 팀 로빈스 씨는 공연 관람 뒤 미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마지막 공연은 다른 참가 팀 배우들과 스태프, 대회 관계자가 대거 관람했다.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은 1996년 창단 10주년 기념작으로 초연한 이후 러시아 독일 일본 루마니아 등에 초청됐다. 삶과 죽음이 혼재된 동양적 사상을 바탕으로 씻김굿 같은 무속적 요소를 넣어 해원(解원)의 드라마로 풀어내는 기본틀은 유지하되 공연 때마다 디테일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콜롬비아의 문화적 배경과 취향을 녹여냈다. 햄릿 역의 윤정섭 씨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이 된 숙부 클로디어스에게 보여주는 극중극에서 일부 대사를 스페인어로 읊었다. 클로디어스 역의 이승헌 씨는 콜롬비아의 마피아 두목을 연상시키는 의상과 분위기를 연출했다. 원작에선 남자지만 여배우들이 분한 로젠크란츠(배보람)와 길덴스턴(김하영)은 정열적인 남미 여성의 이미지에 맞춰 ‘섹시 코드’를 강화했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 때 펼치는 군무에서는 플라멩코와 살사를 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보고타=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연희단거리패#햄릿#염희단거리패남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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