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베컴서 가가까지, 셀러버레이션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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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유명인+브랜드 협업 바람

유니클로가 일본 브랜드 ‘언더커버’와 손잡고 가족을 콘셉트로 출시한 제품 광고(왼쪽).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H&M과의 협업으로 속옷 브랜드를 내놓았다. 유니클로·H&M 제공
유니클로가 일본 브랜드 ‘언더커버’와 손잡고 가족을 콘셉트로 출시한 제품 광고(왼쪽).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H&M과의 협업으로 속옷 브랜드를 내놓았다. 유니클로·H&M 제공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를 앞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는 슈퍼볼에서 상영될 30초짜리 광고를 두고 상당히 외설스러운 논란이 벌어졌다. 온갖 가십이 끊이지 않는 ‘할리우드다운’ 장면이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모델로 등장한 속옷 광고가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자의 중요 부위가 포토샵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이었다. 코미디언 제임스 코든이 팬티에 양말을 집어넣는 패러디 영상이 나오며 논란은 증폭됐다. 베컴은 “나는 그 부분에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즉각 해명했다. 베컴에게는 치욕적인 해프닝이었지만 이 논란으로 베컴이 협업한 H&M 속옷 브랜드는 널리 알려지게 됐다. 베컴은 광고 모델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디자인팀을 통해 속옷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비즈니스도 직접 하고 있다.

배우나 디자이너 같은 유명인(celebrity)이 패션브랜드와 손을 잡는(collaboration) ‘셀러버레이션(celeboration)’은 이제 패션업계에서 익숙한 장면이 됐다. 초반에는 단순히 이름만 빌리는 전시성 이벤트로 여겨졌지만 점차 깊숙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미지 제고와 매출 향상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H&M은 2004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스텔라 매카트니, 로베르토 카발리 등과 꾸준히 협업해 왔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와 ‘marni at H&M 컬렉션’을 시작했다. 이 컬렉션의 광고는 소피아 코폴라 영화감독이 맡았다.

유니클로도 최근 일본 브랜드 ‘언더커버’의 디자이너 다카하시 준과 ‘가족’을 콘셉트로 한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출시했다. 베이비, 키즈, 여성, 남성 제품은 3월 16일 전 세계 11개국에서 판매된다. 또한 봄여름 상품을 위해 영국 브랜드 ‘로라 애슐리’, 아일랜드 출신 디자이너 올라 켈리와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유니클로는 2009∼2011년에는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하는 ‘+J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알렉산더 왕, 필립 림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인비테이션 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다.

의류 브랜드가 아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유명인과 손잡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레이디 가가는 고급 매장이 입점한 바니스 뉴욕 백화점과 합작해 ‘가가의 워크숍’ 매장을 열었다. 백화점 내 워크숍 매장에는 가가가 디자인한 물건들이 전시됐다. 최근 미국 대형마트 타깃도 디자이너 제이슨 우와 손잡고 의류라인을 선보였다.

유명 디자이너가 중저가 브랜드나 대형마트와 손을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 매장을 가진 중저가 브랜드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다양한 시도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케팅과 광고, 판매 등 모든 과정을 디자이너에 맞춰 별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베컴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출시하기 전 ‘테스트’ 차원에서 자신의 디자인팀과 함께 H&M과의 협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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